박정희 광장에서 제막식
높이 3m, 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 깨나 농민 생각 등 글귀 새겨
높이 3m, 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 깨나 농민 생각 등 글귀 새겨
【파이낸셜뉴스 대구·안동=김장욱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박정희 동상) 제막식을 앞두고 시민단체와 야당 등의 반발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당직자와 지방의원, 당원 등 50여명은 23일 동구 동대구역 박정희 광장(옛 동대구역 광장)에서 '독재자 숭배 강요, 박정희 동상 불법설치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철거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독재자 박정희 동상 설치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쿠데타로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인권 없는 독재 국가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타락 시킨 박정희 동상은 시민에 의해 반드시 끌어내려질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홍준표 시장에게 경고한다. 요즘 대구시민들 사이에서는 홍준표 시장의 망언과 망동을 보고 있으면 윤석열이 바로 생각난다고 한다"면서 "헌법이고 법률은 자신 외의 사람들에게만 적용시키고 자신은 헌법과 법률을 초월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윤석열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통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특히 홍 시장은 독재자를 옹호하면서 자신의 '대권 놀음'에 역사적 논란이 끝나지 않은 박정희를 불러내 오히려 박정희를 욕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홍 시장 대권 놀음에 대구시만 치욕의 도시로 기억될 이 상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시민단체와 야당의 기자회견 장소 인근에는 보수 유튜버와 보수 성향 일부 시민들이 이들을 향해 '이재명부터 구속하라'라는 등의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앞서 범야권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 역시 이날 오전 대구시청 산격청사 입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철거를 촉구했다.
대구시는 이날 오후 2시 박정희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 제막식을 개최했다. 경찰은 시민단체와 보수 성향 단체의 충돌을 우려해 경력 400여명을 현장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시는 지난 3월부터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례 제정,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구성, 동상 제작 공모 등을 거쳐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작을 완료했다.
박 대통령은 1932년 4월부터 1937년 3월까지 5년 동안 대구사범학교에 재학했고 1950년 12월 육영수 여사와 계산성당에서 결혼식을 했으며, 그 후 1959년까지 대구 중구 삼덕동에서의 신혼생활 등 14년 이상을 대구에서 생활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67년 3월 대구 제3공업단지 기공식, 1968년 5월 경부고속도로 대구-부산간 기공식, 1975년 12월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 등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된 국가 공식 행사도 가졌다.
이번에 건립한 박정희 대통령 동상은 1965년 가을, 박정희 대통령이 추수하며 활짝 웃는 모습으로 제작됐다.
동상의 높이는 3m이고, 동상 둘레석에는 '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 깨나 농민 생각', '재임 18년 동안 모내기, 벼베기를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대통령' 등의 글귀를 새겨 박정희 대통령의 소박하고 서민적인 모습을 강조했다.
앞서 시는 지난 8월 14일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는 행사와 표지석 제막식을 가졌다.
높이 5m, 폭 0.8m 규모의 표지석에는 한글로 '박정희 광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Park Jeong Hee'라는 영문 이름이 기재됐다.
한편 사단법인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5일 경북도청 앞 천년 숲에서 높이 8.5m의 박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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