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평행이론에 혹하는 이유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3 18:47

수정 2024.12.23 18:47

김병덕 부동산부장
김병덕 부동산부장
"정권이 바뀌면 다시 폭등장이 시작된다. 지금이 가장 저렴하게 내 집 마련할 수 있는 시기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은 폭등장이 다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사건 재판이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향후 변동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온라인 부동산카페마다 역대 정부별 집값 등락률이 인기글로 올라와 있고, 상승론자와 하락론자들의 댓글공방은 치열함을 넘어서 과열된 상태다.


흥미를 끄는 게시글도 있는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한 내용이다. 평행이론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인데 핵심은 이렇다. 2016년의 경우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리우올림픽 종합 8위, 한강 작가 부커상 수상,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 당선 등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2024년에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파리올림픽 종합 8위,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발표, 트럼프 미국 대선후보 당선 등 8년 만에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 이 평행이론 게시글이 주목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2016년과 2024년을 비교한 내용의 마지막이 '부동산 폭등'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가 금리를 낮췄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양적완화와 맞물려 집값이 급등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저금리에서 추가로 금리를 내린 것인 반면 지금은 고금리 상황에서 인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평행이론은 어떤 사례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와 2023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사례를 들어보자. 두 대통령 모두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환율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했고, 여의도 정치에 빚을 지지 않은 비정치권 출신 대통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이 2008년에 베이징에서 올림픽을, 2023년에는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라는 대규모 스포츠행사를 개최했다는 것도 같다. 특히 출범 초기에 집값이 하락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굳이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가뜩이나 체력이 약해진 부동산시장이 탄핵정국까지 맞으면서 한층 더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 대출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상승장을 주도했던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급격하게 꺾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9212건까지 늘었던 매매거래가 11월에는 3106건으로 쪼그라들었고 이달 들어서는 677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처럼 급격하게 얼어붙은 상황 속에 계엄·탄핵이 연이어 휘몰아치자 "요즘 시국에 누가 집을 사겠느냐"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앞서 평행이론에 부동산 카페들이 혹한 이유는 정책의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보유세가 1%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 임대주택 중심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 3기 신도시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벌써부터 온갖 예상들이 난무한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지 않았던 얘기들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흔들림 없는 주택정책을 외치고 있지만 시장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때는 엄혹한 규제로 묶었다가, 어떤 때는 완전히 풀어버리는 냉·온탕을 오가는 사례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정치적 혼란기는 아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에게 더욱 불안하다. 이 때문에 이 시점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 더더욱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그동안 진행해 왔던 주택공급 법안의 통과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싸우더라도 민생 앞에서는 하나가 되는 모습이면 더 이상 인터넷 게시판의 자극적인 글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도 없어지지 않겠는가.

cynical7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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