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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美 CEO들...올해 사상 최대 327명 사퇴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5 07:41

수정 2024.12.25 07:41

[파이낸셜뉴스]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올들어 11월까지 모두 327명이 사퇴하거나 사퇴를 발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8월 교체되기 전 데이비드 칼훈 보잉 CEO가 1월 24일 워싱턴DC 연방 상원 청문회 출석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올들어 11월까지 모두 327명이 사퇴하거나 사퇴를 발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8월 교체되기 전 데이비드 칼훈 보잉 CEO가 1월 24일 워싱턴DC 연방 상원 청문회 출석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전례 없는 속도로 회사를 떠나고 있다.

주가가 사상 최고를 연일 경신하고, CEO 보너스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물러나는 CEO들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 CEO 사퇴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고용 서비스컨설팅 업체 챌린저 그레이 자료를 인용해 올들어 지난달까지 미 상장사 CEO 327명이 사퇴하거나 사퇴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전 최고치인 2019년의 312명을 웃도는 기록이다.

데이비드 칼훈 보잉 CEO, 팻 젤싱어 인텔 CEO, 존 도나호 나이키 CEO 등이 올해 주가 폭락 속에 축출됐다.


회사 경영을 맡은 뒤 단기간에 실적을 내지 못해 쫓겨나는 CEO들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컨설팅 업체 러셀 레이널즈에 따르면 올 3분기 임기를 3년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CEO가 8명에 이른다.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앞두고 일찍 은퇴

불확실한 내년 전망을 비관해 은퇴를 앞당기는 CEO들도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대적인 관세, 자유무역 폐기 등이 예고되자 글로벌 공급망을 담당하는 CEO들이 서둘러 은퇴하거나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말년에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느니 그냥 일찌감치 쉬겠다는 것이다.

비상장사로 이직

상장사에서 비상장사로 자리를 옮기는 CEO들도 늘고 있다.

러셀 레이널즈의 이사회 효율성 부문 책임자 리치 필즈는 “상장사보다 더 많은 보수를 주는 비상장사 CEO 자리들이 있다”면서 “사모펀드 성장세가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필즈는 비상장사들은 상장사와 같은 정도의 정보 공개 규정에 얽매여있지 않기 때문에 비상장 주식으로 후한 보수를 챙겨주는 일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접을 때에도 비상장사 CEO는 상장사에 있을 때보다 제약이 적고 더 많이 챙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CEO로 옮겨 가는 대신 사모펀드에 자문으로 가는 이들도 많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칼라일, KKR 같은 사모펀드들은 CEO 경력이 있는 이들을 후한 보수로 고용하는 일이 흔하다. 이들의 자문이 기업 인수에 유용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 스펜서 스투어트의 CEO 부문 책임자 제이슨 봄가튼은 “상장사 CEO가 되는 것은 그동안 경력의 정점에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투명성으로 인해 이 자리에 앉는 것이 상당한 도전을 마주하는 것과 같아졌다고 지적했다.

CEO 보수, 역대 최고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 경신을 이어가는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 기업 CEO들의 보수 역시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기관투자가협회(ISS)에 따르면 S&P500 지수 편입 500대 기업 CEO들의 올해 보수 중앙값은 1년 사이 100만달러 높아져 1560만달러(약 227억원)에 이른다.

한편 상장사 CEO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이 된 가운데 상장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도 단명하고 있다.
다만 CFO들이 단명하는 것은 CEO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업체 데이터레일스에 따르면 미 상장사 CFO들의 평균 재직 기간은 2년 전 3.5년에서 현재 3년을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이들은 CEO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아 회사를 떠나는 일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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