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천만원 안팎 소형 잇단 출시
中 초저가 공세에 테슬라 등 긴장
현대차 인스터·기아 EV2 전면에
"EV시장, 기술경쟁→가격경쟁 전환"
中 초저가 공세에 테슬라 등 긴장
현대차 인스터·기아 EV2 전면에
"EV시장, 기술경쟁→가격경쟁 전환"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3000만원' 안팎의 소형 전기차 출시 경쟁에 돌입했다. '반값 전기차'로 불리는 경제성이 높은 소형 모델로 정체기에 놓인 전기차 사업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도 전열 재정비에 돌입했다. 고가의 중형급 이상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을 앞세웠던 초기 전략이 '소소익선 전략'으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내년 싸고 작은 전기차 봇물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벨기에 브뤼셀 모터쇼에서 발표될 '2025 유럽 올해의 차' 최종 후보 7개 모델 중 5개 모델이 소형 전기차로 추려졌다. 현대차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소형 전기차), 기아 EV3(소형 전기차)을 비롯해 △알파로메오 주니어(소형 전기차) △르노 5E-Tech·알핀 A290(소형 전기차)△시트로엥 C3·e-C3(소형 전기차)△쿠프라 테라마르(하이브리드차) △다치아 더스터(가솔린·하이브리드)다. '소형 전기차'가 향후 유럽 자동차 시장의 대세 키워드가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싸고 작은' 전기차 출시를 향한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 니오가 만든 초저가 전기차 브랜드 파이어플라이는 내년 상반기 유럽시장에 약 2900만원 수준의 저가의 소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된 중국 BYD의 소형 해치백 '돌핀'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토3가 유럽시장에 대거 투입된다. 중국 전기차 업계는 현지 생산, 저가형 모델로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고 있는 고율(17.8~최대 45.3%)의 관세장벽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소형 전기차 모델로 EV3를 투입하고 있는 기아도 속도를 높인다. 기아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내년부터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EV3보다 작은 EV2 생산에 돌입한다. 2026년 10만대 규모로 생산을 확대, 유럽시장에 전면 배치한다. EV2는 전장 4000㎜, 휠베이스 2555㎜의 컴팩트한 사이즈로, 삼원계(NCM) 배터리를 단 EV3와 달리, 보다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할 전망이다. 현지 전기차 시장 침투를 위해선, 보다 저렴하고, 보다 작은 차량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현대차도 미국, 일본, 유럽 등의 보급형 전기차 진출 확대를 위해 코나 일렉트릭(약 3만3550달러, 4300만원)을 비롯해 캐스퍼 일렉트릭 기반의 인스터 판매를 확대한다. 아이오닉5·6 등 중형급 모델을 내놓은 후 보급형 모델로 라인업을 확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각국 보조금 축소...바닥 다지는 시장
평균 4만5000달러(약 6100만원)수준의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을 앞세웠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현재 2~3만 달러 수준의 일명 '반값 경차 전기차'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 관세 등 비우호적 정책 환경 등으로, 시장 자생력을 확보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독일은 이미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으며, 프랑스는 탄소배출량 등을 기준으로 보다 까다롭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폐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물량 공세 역시, 반값 전기차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타이틀을 중국 BYD에 내준 미국 테슬라는 내년 상반기 모델Q(모델2) 출시로, 소형급 시장에서 자존심을 건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영국차에서 중국 SAIC로 인수된 MG, 스텔란티스 산하 중국 브랜드 리프모터 등도 내년에 2만 유로(3000만원)이하의 저렴한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도 신형 쉐보레 볼트EV를 통해 시장 최저가 전기차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GM이 배터리 다변화 전략에 따라 NMC뿐 아니라 보다 저렴한 LFP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축이 소형·경형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폭스바겐은 내년 '반값 전기차'로 불리는 ID.2(약 2만5000유로)에 이어 2027년에는 이보다 더 작고 싼 ID.1(2만 유로 이하)을 내놓는다. 프랑스 르노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지난 10월 파리 모터쇼에서 소형 전기차 르노4 E-Tech를 공개했다. 5 E-Tech는 올해의 유럽차 후보에 오른 상태다. 스텔란티스는 2027년까지 2만5000 달러대의 전기 지프를 출시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 시장으로의 이동은 곧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원가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의미"라면서 "기술 경쟁을 넘어 가격 경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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