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와 남동생 전태삼씨가 44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강민호 부장판사)는 지난 6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여사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981년 7월 13일 이 여사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지 44년 만이다.
계엄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감금,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함께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태일 열사의 남동생 태삼씨 등 3명은 계엄법 위반 혐의 무죄, 집시법 위반 혐의 면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며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이 사건 계엄포고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전부터 이미 유신헌법과 구 계엄법에 위배돼 위헌이고 위법하여 무효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이상, 이 사건 계엄포고 제2항 가호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적용된 집시법 조항이 삭제되면서 법령이 폐지됐다며 면소 판결했다.
특수감금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으나 형을 선고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앞서 이들이 특별사면을 받아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두환 신군부가 지난 1980년 5월 17일 발표한 비상계엄 포고령 10호 제2항 가호에 따르면 국가 안전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모든 정치활동을 중지하며 정치 목적의 실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절 금지한다. 비정치적 실내외 집회는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
당시 검찰은 이들이 계엄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고 지난 1983년 5월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이번 재심은 태삼씨 등 피고인들이 지난 2021년 11월 5일 서울동부지법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 여사와 태삼 씨 등 5명은 전국연합노동조합 청계피복지부(청계피복노조)에서 활동하며 지난 1981년 1월 6일 서울시장의 해산 명령을 어기고 1월 18일께 노조 사무실 등에서 대책을 논의한 혐의를 받는다.
태삼 씨 등 3명은 지난 1981년 1월 30일 오후 4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사무소 소장 미국인 A씨를 소장실에 가두고 사무실 출입문을 봉쇄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진압하자 석유를 바닥에 뿌려 협박한 혐의도 있다.
세 사람은 노조 정상화를 위해 A씨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농성을 벌이고자 했는데 그가 거절하자 다음 날 오전 5시께까지 감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여사는 1980년 고려대 등에서 노동자의 비참한 생활을 연설하고 노동권 보장을 외친 혐의로 계엄법 위반죄가 적용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 또한 유족이 재심 청구해 지난 2021년 12월 21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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