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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동업 해지통보 받자 의료 장비 반출...法 "횡령 아냐"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1 16:52

수정 2025.01.01 16:52

병원 수익금 계좌서 돈 인출한 혐의는 유죄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동업계약 해지 통고를 받은 의사가 운영하던 병원 장비를 외부 반출하더라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부(남성민·송오섭·김선아 부장판사)는 최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병원을 함께 운영하던 B씨로부터 동업 계약 해지통고를 받았다. 이후 A씨는 이 곳의 의료장비를 개인이 운영 중인 다른 병원에 가져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계약해지 통고 전후로 병원 수익금 계좌에 보관 중이던 돈을 인출한 혐의도 있었다.


1심은 "A씨가 반출한 의료장비는 단독 소유가 아닌 B씨와 합유(여러명이 조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물건으로 횡령죄의 객체가 된다"며 의료장비 반출을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법원에서는 이 같은 판단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B씨의 해지통고 이후에도 기존과 같은 병원명으로 진료행위를 계속하며 병원을 운영해 왔으며, 병원 직원들의 급여를 계속 지급하고 이 사건 의료장비에 관한 리스 채무를 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씨의 동업 해지 통고를 조합해산 청구가 아닌 조합을 탈퇴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따라서 해지통고 이후 병원 장비 등 영업에 관한 재산은 A씨의 단독소유로 귀속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A씨가 타인 소유 물건을 횡령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 장비를 반출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계약해지 통고 이전에 병원 수익금 계좌에서 돈을 빼서 쓴 혐의 등은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동업하면서 얻은 수입을 보관하던 계좌에서 임의로 돈을 인출해 횡령하는 등 범행 경위와 수법에 비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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