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조류 탐지장비 선진화 필요… LCC '정비 인프라'도 늘려야 [하늘길이 위험하다(下)]

김동호 기자,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6 18:49

수정 2025.01.06 18:49

국내공항 매년 조류충돌 느는데
조류 탐지 레이더 설치 1곳도 없어
조류충돌인한 엔진수리비 4억~5억
큰 파손땐 30억들어 투자가치 충분
조류 탐지장비 선진화 필요… LCC '정비 인프라'도 늘려야 [하늘길이 위험하다(下)]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두고 항공 전문가들은 '조류 탐지 레이더' 등 현대화 장비 도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겨울 철새들의 이동 경로에 속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면 선진국과 같은 현대화된 장비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른 예산 부족 문제는 비단 중앙정부 지원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운영 주체인 공항공사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또, 매번 대형 사고 뒤에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약방문'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정비 인력 충원과 유지·정비·보수(MRO) 인프라 확대가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열 화상 카메라 단 3곳

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주항공 사고 규모를 키운 것은 콘크리트 둔덕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최초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로 추정되고 있다.
주변 주민들이 찍은 동영상과 관제탑의 교신에서도 버드 스트라이크가 등장한다. 생존 승무원 역시 구조 직후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후 폭발했다"고 증언했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운항 중인 항공기에 새가 충돌하는 항공사고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4계절이 뚜렷해 여름·겨울 철새의 이동 경로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조류 충돌 위험이 매우 높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5개 공항의 조류 충돌 건수는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 △2024년(상반기) 4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내 공항들은 조류퇴치반이 총포와 폭음·경보기 등을 활용해 퇴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다만, 열 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김포·김해·제주공항 단 3곳뿐으로 장비는 열악한 상황이다.

향후 건설을 앞둔 신공항들 역시 철새 도래지와 인접한 만큼, 전문가들은 인력 충원과 더불어 현대화된 장비 충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해안을 따라 공항이 만들어지며 조류 서식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조류 탐지 레이더'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단 1곳도 없다는 점은 고민해 봐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류 탐지 레이더는 장비 한 대당 가격이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까지 공항 활주로 확장 공사를 두고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며 예산 확대에 난항을 겪을 점을 감안하면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항 운영 주체인 공항공사들은 이착륙 비용과 더불어 공항 청사 사용료, 출·입국세 등을 받는 만큼 중앙 정부 지원과 별도로 관련 예산을 수립해야 한다"라며 "버드 스트라이크 관련 엔진 수리 비용이 적게는 4억~5억원이고, 큰 파손의 경우 30억원이 소요되는 만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MRO 인프라 확대 시급"

내년 사고가 난 뒤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약방문'을 막기 위해서 LCC의 MRO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우리나라 항공기 MRO가 가능한 업체는 현재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 뿐이다.
이날 티웨이항공이 국내 LCC 최초로 정비 격납고를 구축했지만 2028년부터나 본격 가동된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높은 인건비가 국내 MRO 사업의 걸림돌로 지목되지만, 동남아보다 우수한 기술력과 빠른 정비 기간 등을 감안하면 분명한 이점이 있다"라며 "다만, 국내 정비사들의 처우가 좋지 않고 최근 정비사들이 퇴직이나 이직을 통해 이탈이 많아 정비 경험과 노하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휘영 교수는 "다른 나라들은 전문 항공청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없다"라며 "우리나라도 중앙정부에서 정비 원천 기술 확보와 활용 등을 지원해 LCC들의 정비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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