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가치가 6일(현지시간) 하락세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당초 방침을 접고 모든 나라의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물리는 대신 특정 제품에 관세를 물리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방아쇠가 됐다.
다만 트럼프 당선자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WP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부인하면서 낙폭이 제한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이날 0.6% 하락했다.
그러나 WP 보도 직후에는 낙폭이 컸다.
유로화는 보도 직후 달러에 대해 최대 1.2% 급등해 유로당 1.043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부인 뒤에는 유로당 1.038달러로 상승폭을 좁혔다.
영국 파운드화는 보도 직후 파운드당 1.255달러까지 뛰었다가 트럼프 부인 뒤 1.251달러로 상승폭이 좁혀졌다.
파운드는 지난해 G10(주요 10개국) 통화 가운데 달러에 대해 가장 성적이 좋은 통화였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유세 기간 모든 나라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10~20% 관세를 물리겠다는 보편관세 방침을 제시했지만 WP는 이날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 방침이 후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위는 모든 나라에 관세를 물린다는 방침은 유지하면서도 부과 대상을 좁혀 철강, 알루미늄, 구리, 배터리, 희토류, 태양광 패널, 의약 원료, 주사기 등 일부 품목에만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세 부과 대상 후퇴 가능성으로 강달러가 후퇴하면서 외환시장의 ‘안도 랠리’가 촉발됐다.
ING의 크리스 터너는 이 보도가 유로달러 시장에 ‘안도 랠리’를 불렀다면서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자동차 업체들의 관세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유로 가치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터너는 아울러 트럼프 관세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덜 부추길 것이란 안도감 역시 달러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고삐가 다시 풀리지 않으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도 지속 가능하다.
일본 MUFG의 선임 외환 애널리스트 리 하드먼 역시 WP 보도는 “관세가 우려했던 것만큼 악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안도감을 불렀다”면서 “최근 강달러가 급격한 방향 전환을 했다”고 말했다.
미 달러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해 10월초부터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바 있다.
한국 원화도 이날 모처럼 가치가 상승했다.
CNBC에 따르면 원 환율은 달러당 6.98원(0.4754%) 하락한 1461.39원을 기록했다. WP 보도 직후에는 1456.23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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