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설비 증설·수요 부진에 '보릿고개' 지속
2025년 전망도 흐려
정부 지원책서 '자발적 구조조정' 유도
2025년 전망도 흐려
정부 지원책서 '자발적 구조조정' 유도
[파이낸셜뉴스] 수년째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이 줄줄이 추락한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화 4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성적표가 일제히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따르면 LG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조15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89%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영업손실 7643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한화솔루션은 영업손실 40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이익 320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6% 줄어들 전망이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중국발 공급 과잉, 글로벌 경기침체가 원인이다. 한때 국내 석화업계의 '가장 큰 고객’ 고객이었던 중국은 2020년 무렵부터 공급망 내재화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에틸렌 생산 시설을 늘려왔다. 다만 중국 내수 경기 침체로 자국에서 소비되지 못한 물량을 수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하락을 불러왔고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현재 중국의 자급률은 100%를 코앞에 앞뒀다.
설상가상으로 원유 생산에 주력하던 중동업체들까지 석화 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 업계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이에 석화 업계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수치)는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 아래에서 머물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t당 279달러에서 4·4분기 265달러로 하락한 바 있다.
특히 연초부터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국내 정치 혼란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데다, 중국발 저가 공세, 고환율 환경이 이어지면서 업황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석화업계는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에 달러 강세 상황에서 환차손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업황 반등이 어려워 투자 축소와 사업구조 재편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업계가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사업 매각, 인수합병(M&A) 등 자발적 구조 개편에 인센티브를 주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정책금융 지원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스페셜티)으로 설비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 기업의 감산이 다른 기업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어느 기업이 먼저 나서서 몸집 축소에 나서는 일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기업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합작법인 설립, 매각은 결국 공급과잉을 해소하지 못한다"며 "가능한 정부 지원은 '글로벌 시장 대비 경쟁력 보강' 뿐"이라고 밝혔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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