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믿었던 직장동료에게 사기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결혼 2년 차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오랫동안 신뢰 쌓은 직장동료 상대 '대출사기'... 피해자만 41명
13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는 오래 알고 지낸 직장 동료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등장했다.
고(故) 김지선씨(가명)를 벼랑 끝에 세운 건 20년간 함께해온 직장동료 송혜숙(가명)씨다. 김씨의 남편은 어느 날 아침 경찰이 누른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깼다. 휴대전화만 남기고 사라진 김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것.
김씨의 휴대폰엔 대출 내역이 있었다.
그러나 송씨는 신분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남편은 “오래 본 사람이니까 믿었던 거다. 화를 내다 자책을 하더라. 송혜숙이 죽인 거다. 그렇게 믿었던 사람인데 뒤통수를 쳤으니까”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피해자는 한두명이 아니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모인 사람만 27명. 피해자는 총 41명으로, 대부분 송씨와 일한 직장동료였다. 피해 금액은 최소 1억원부터 5억원까지, 총 160억원 정도였다. 똑같이 경매 권유를 핑계로 명의를 빌려주면 수수료를 주겠다고 했고, 피해자들은 서로가 연루된 사실조차 몰랐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낌새라도 보이면 달려와서 막았다는 것이다.
"나한테 이럴줄 몰랐다" 의심 안 한 피해자들
변호사는 “이게 전형적인 사기 방법 아니겠냐”고 지적했고. 피해자들은 “왜 의심 안 하고 줬을까 싶고, 사람을 믿어서 4억 넘게 빚을 지어야 하는 건가”라고 자책했다.

각종 개인 서류를 제공한 피해자들이 의심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송씨에 대한 평이 워낙 좋았고,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단 소문이 있었기 때문. 피해자들은 “대출을 제가 한 게 아니지 않냐. 대출 서류엔 인감이랑 이런 사실 확인서도 들어가 있지 않다”고 억울해했다.
송씨는 부동산 계약서를 이용해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까지 한 상황. 대면 대출이 된 은행을 찾아간 제작진은 이에 대해 물었지만, 답변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승인 났던 내용을 봤는데, 특이 사항은 없었다. 가지고 온 서류가 완벽했다”고 밝혔다.
송씨와 12년 지기 직장동료인 피해자는 “저한테 사기 칠 줄 몰랐다. 제가 수술하고 70만원이 필요했는데, 언니가 바로 도와줬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 믿음은 2억 원의 빚으로 돌아왔다. 전세 계약서 속 집주인은 또 다른 직장 동료. 그도 피해자였다. 본인 명의의 집에 자기도 모르게 세입자로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송씨는 비슷한 사건으로 재판 중이었다. 그런데도 대상을 물색하며 사기극을 멈추지 않았다. 변호사는 “피해가 크지 않으면 불구속이 원칙이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가 계속 발생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공범이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혼자선 할 수 없는 일이고, 은행과 부동산에 남자가 나타났다는 것. 여러 계약서 속에 송 씨와 사실혼 관계인 남편 장 씨의 이름이 등장했다. 그러나 장씨는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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