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기자수첩] 명분도 실리도 없는 마트 규제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23 19:07

수정 2025.02.23 19:07

노유정 생활경제부
노유정 생활경제부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에요."

대형마트의 의무휴무일 규제와 관련해 취재하던 중 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마트가 일요일에 쉬면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지 여부를 묻자 A교수는 "'살아난다'는 단어는 이제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대형마트든 소상공인이나 전통시장이든 오프라인 상권 자체가 다 적자로 가고 있다"며 "마트든 뭐든 열어서 오프라인으로 사람이 오도록 해야 겨우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고전하는 가운데 대형마트는 철지난 규제에 발목이 묶여 있다.

지난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된 이래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및 온라인 배송시간 제한이라는 규제를 받고 있다.

제정 배경에는 대형마트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자본을 앞세워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경쟁구도라는 시각부터 잘못됐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하자 주변 상권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마트의 주말 영업이 가능해진 대구와 청주 지역의 신용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같은 도시에서도 대형마트가 없는 지역과 비교해 대형마트 주변 상권의 매출이 3.1% 늘어났다. 특히 주변 요식업(3.1%)과 일부 유통업(편의점 5.6%, 기타 유통 6.7%)의 매출이 늘었다.

산업연구원은 대형마트 인근에서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소규모 점포는 대형마트 주말영업 확대로 고객유입 효과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이뤄졌지만 갈 길이 멀다. 전국에서 대구와 충북 청주시, 부산, 경기 의정부·고양시, 서울 서초구·동대문구·중구·관악구만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뀌었다. 서울은 대형마트가 많지 않거나 주말에 장을 보는 인구가 거의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가 풀리고 있다.

업계에선 "쿠팡과 같은 온라인 업체가 법적 규제를 받지 않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대형마트만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오프라인 유통산업이 다 같이 고사하고 있어 전향적으로 규제를 완화해도 모자란다. A교수는 "사람들이 오프라인 구매를 거의 안 하는 가운데 그나마 복합쇼핑몰이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기존에는 오프라인 유통 활성화 정책을 논의했지만 이제는 규제를 완화해도 쇠퇴를 겨우 막는 정도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yesyj@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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