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트럼프, 또 면전에서 외국 정상 구박...이번에는 아일랜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3 10:38

수정 2025.03.13 10:43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 아일랜드 명절 맞아 연례 백악관 행사 참석
EU에 화난 트럼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정상에게 공격적인 발언
면전에서 "아일랜드가 미국 이용한다" 주장
美 제약사들이 세금 줄이려고 아일랜드에 본사 옮기는 상황 비난
마틴은 아일랜드가 미국 경제에 기여한다고 반박, 회담 파행은 면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고함을 쳤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시 백악관을 찾아온 외국 정상의 면전에서 공격적인 말을 쏟아냈다. 갑자기 공격받은 아일랜드 총리는 트럼프의 주장에 반박했다.

AP통신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미할 마틴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최대 명절인 성패트릭데이를 맞아 백악관에서 열린 연례 축하행사에 참석했다. 아일랜드 이민자가 많은 미국에서는 해당 명절이 되면 성대한 축제가 열리며, 백악관에서도 기념 행사를 진행한다. 마틴의 백악관 방문은 지난달 28일 우크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 이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이었다.



이날 트럼프는 전 세계 모든 무역 상대국에서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유럽연합(EU)은 4월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로 대응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EU의 보복 예고에 반발했다. 그는 마틴과 회담 직전에 “EU는 미국을 이용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지난달부터 반복했던 주장을 또 꺼냈다. 트럼프는 마틴과 만난 자리에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도 미국을 이용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물론 그렇다. 나는 아일랜드를 매우 존중하고 그들은 해야할 일을 했던 것뿐이지만 미국은 그렇게 두면 안 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아일랜드 사람들은 똑똑한 사람들이다”라며 “미국의 제약 및 다른 기업들을 봐라. 500만명이 사는 이 섬은 미국의 제약 산업 전체를 손에 쥐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대기업들이 법인세를 아끼기 위해 EU 회원국 가운데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기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미국은 그동안 멍청한 지도자들이 다스렸다. 미국의 지도자들은 사업가가 아니었고 실마리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고 그러다 갑자기 아일랜드가 우리 제약 기업들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마틴은 "무역 관계는 2차선 도로와 같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아일랜드의 2대 항공사가 모두 미국 보잉의 항공기를 구입하고 있으며 미국 외 기업들 가운데 구매량이 가장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에서 영업하는 700개의 아일랜드 기업들이 수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틴은 "그건 통계에도 나타나지 않고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함께 관계를 개선해 나가고 미래를 함께 견디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대립은 대화 주제가 동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양말로 넘어가면서 흐트러졌다. 트럼프는 미국의 물가상승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밴스가 착용한 아일랜드 전통 무늬 양말을 언급하면서 "저 양말은 정말 근사하다. 어떻게 저런 양말이 있지? 부통령의 양말 때문에 정신이 집중이 안된다. 정말 멋진 양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중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두 정상은 분위기 전환에도 불구하고 회담 말미까지 신경전을 이어갔다. 미국 종합격투기단체 UFC의 후원자로 알려진 트럼프는 가장 좋아하는 아일랜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UFC 선수였던 코너 맥그리거를 언급했다. 트럼프는 “그는 내가 이제껏 봤던 문신 중 가장 멋진 문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마틴의 부친이 유명한 권투선수였다고 언급하면서 “당신은 너무 부드럽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마틴은 "나도 상당히 훌륭한 방어 권투선수다"라고 받아쳤다.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부통령 관저에서 성패트릭데이를 맞아 아일랜드 전통 문양이 그려진 양말을 보여주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부통령 관저에서 성패트릭데이를 맞아 아일랜드 전통 문양이 그려진 양말을 보여주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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