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8단체, 내주 공동대응 예고...전례없는 일
최상목 권한대행에 거부권 사용 요청 예정
줄소송, 행동주의 세력 공격 막을 대책 있나
경영계 "과잉입법 문제 해소해야"
최상목 권한대행에 거부권 사용 요청 예정
줄소송, 행동주의 세력 공격 막을 대책 있나
경영계 "과잉입법 문제 해소해야"

[파이낸셜뉴스] 지난 2021년 11월 도요타, 일본제철 등과 함께 일본 재계의 '고산케(御三家, 트로이카)'로 불렸던 도시바가 실적 발표회장에서 총 37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명 '말하는 주주'로 불리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대로, 회사를 3분할로 쪼개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앞서선, 영국계 펀드에 회사를 통째로 매각한 뒤 비상장화하는 시나리오를 추진했다가 최대 주주그룹인 행동주의 펀드들의 발발과 압박으로 사임한 사건이 있었다. '배당 인상', '자사주 매입' 등의 요구는 연중 이어지고, 5년 치 영업이익 전액을 주주에게 환원하도록 정관변경까지 요구받았다. 경영진의 무능이 '원죄'였다고 해도, 그 대가는 너무 컸다.

■수단의 과잉성...경제 8단체, 공동행동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가 이르면 이번주 초 정부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낼 계획이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8개 경제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주력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시점에 기업 지배 구조를 과도하게 옥죄는 것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고, 산업 기반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라며 야당의 상법 처리에 강하게 반발한 상태다. 8개 단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성명을 내고 공동 행동을 예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당초 이법은 코스피 '저공비행', '저배당', 기업 불할 등 일명 '쪼개기 상장' 등에 대한 국내 1400만명의 소액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여당도 입법 취지에 공감을 표하고는 있으나 문제는 '수단의 과잉성'이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법으로, 자칫하면 한국 기업들이 국제 투기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 적용으로 예상되는 그림은 신기술 투자나 인수·합병 등으로 인한 주가 하락 시, 단지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경영진에 대한 형사고발, 줄소송 남발 등이다.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한 각종 대규모 투자 및 신기술 투자, 사업 구조개선 등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주주 및 행동주의 세력들의 경영개입도 확대된다. 이는 중장기 성과보다는 단기성과에 매달리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낳게 된다. "도전적 연구개발(R&D)을 통해 혁신을 주도해야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단기적 주주 배당이나 경영 안정성이 우선시되면서 혁신 투자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벤처기업계 입장이다.

■입법과잉...중소·중견기업 먹잇감 전락

대한상의가 최근 3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주행동주의 확대에 따른 기업 영향 조사'에 따르면 상장사 83.3%는 상법 개정으로 주주관여 활동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경영권 공격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87개사 중에도 중소기업이 59개사(67.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분쟁에 더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법이 행동주의 세력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신사업, 인수합병 등 도전적인 결정도 주저할 수 밖에 없어 결국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는커녕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하락을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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