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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다주택 규제 피하려 美·日로… 연 3억~5억달러씩 국외 유출 [해외 부동산에 몰리는 돈]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7 18:47

수정 2025.03.17 18:49

작년에만 6060억원
해외부동산 취득 목적 송금
외국 집은 주택수에 포함 안돼
증여세 등 줄이려는 목적도
[단독]다주택 규제 피하려 美·日로… 연 3억~5억달러씩 국외 유출 [해외 부동산에 몰리는 돈]
6059억4600만원. 지난해 국내 거주자가 해외부동산 취득을 위해 국외로 송금한 금액이다. 이 중 3926억원은 미국으로, 567억원은 일본으로 날아갔다. 국내 자본이 꾸준히 해외로 옮겨가는 것은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국내 시장의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강화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연 3억~5억달러 해외로

17일 본지가 입수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개인·법인)가 해외부동산 취득을 위해 국외로 송금한 자금은 총 4억1850만달러(약 6059억원)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의 송금액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3억8960만달러 △2021년 5억8900만달러 △2022년 5억4090만달러 △2023년 3억6680만달러 등이다.

해마다 3억~5억달러 규모의 내국인 외화가 해외부동산 취득으로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2021~2022년 치솟은 후 주춤한 양상이지만,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탄탄한 수요를 형성하고 있다. 2020년대 들어 미국으로 송금된 금액은 △2020년 2억2350만달러 △2021년 4억3190만달러 △2022년 3억5990만달러 △2023년 2억3260만달러 △2024년 2억7130만달러 등으로 매년 전체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장소희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부동산팀 수석연구원은 "미국 부동산은 자녀 유학 문제와 맞물려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 늘 수요가 풍부하다"며 "이들은 자녀가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자리를 잡고 생활하려는 실거주 목적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달러 투자계획을 가진 이들이 마침 자녀가 미국을 가게 되면 부동산 매입을 통해 달러에 투자하겠다는 전략도 있다"고 했다.

■"다주택자 중과세 부담"

복잡한 국내 부동산세제와 다주택자 관련 규제 등이 해외로 눈을 돌리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해외부동산은 주택 수에 합산되지 않아 '다주택자 분류'를 피할 수 있어 양도세 중과를 부여받지 않는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전월세 규제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해외부동산 매입 후 매도할 때 생긴 수익에만 세금이 부과된다.

특히 국내에서 전면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는 증여세 부담이 적다는 점이 큰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한 부동산 컨설팅 전문가는 "증여세를 생각하면 답이 없다는 판단에, 궁극적으로 자녀들과 함께 이주할 것을 전제로 해외에 집을 사놓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해외 송금액과 반비례 관계를 나타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에서 △2020년 8만3553건 △2021년 4만3870건 △2022년 1만2907건 △2023년 3만6165건 △2024년 5만816건의 아파트 거래가 이뤄졌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국내 경기가 좋을 때는 우리나라 부동산을 사겠지만, 국내에서 사봐야 이득이 적을 것이라고 판단되거나 세금 문제가 걸리면 해외부동산을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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