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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산불 났어요!” 어르신 업고 뛴 외국인…법무부, 장기거주자격 검토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02 07:21

수정 2025.04.02 14:56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31)씨가 31일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 3리에서 불에 탄 집을 지켜보고 있다. 수기안토 씨는 25일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된 산불이 마을로 덮친 상황에서 주민 수 십 여명을 업고 부축해 마을 방파제로 구조했다. 2025.3.31 /뉴스1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31)씨가 31일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 3리에서 불에 탄 집을 지켜보고 있다. 수기안토 씨는 25일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된 산불이 마을로 덮친 상황에서 주민 수 십 여명을 업고 부축해 마을 방파제로 구조했다. 2025.3.31 /뉴스1

[파이낸셜뉴스] 영남권을 덮친 산불이 큰 피해를 입힌 가운데, 산불이 확산하던 지난달 25일 마을 주민들을 구조한 인도네시아 국적 외국인 선원에게 법무부가 장기 거주(F-2) 자격 부여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연의 주인공은 인도네시아 선원인 수기안토씨(31)다. 수기안토씨는 지난달 25일 산불 속에서 몸이 불편한 마을 주민들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집마다 뛰어다니며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8년 전 취업비자로 입국해 현재 선원으로 일하고 있는 수기안토씨는 잠이 든 주민들을 깨우고, 주민들을 업고 약 300m 정도 떨어진 마을 앞 방파제까지 대피시켰다. 마을 특성상 해안 비탈길에 집들이 모여 있어 노약자들이 빠르게 대피하기 어려웠으나 수기안토씨와 마을 어촌계장이 뛰어다니며 대피시킨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수기안토씨 덕분에 대피한 90대 마을 주민은 "자가(수기안토) 없었으면 우린 다 죽었을 거다. 테레비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불이 났다는 고함에 일어나 문밖을 보니 수기안토가 와있었고, 등에 업혀 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뉴스1에 전하기도 했다.

이에 법무부는 1일 공지를 통해 "해당 외국인이 다수 인명을 구조한 공로를 고려해 F-2 자격 부여 검토를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장기 거주 자격은 법무부 장관이 대한민국에 특별한 기여를 했거나 공익 증진에 이바지했다고 인정하는 사람에게 부여할 수 있다.

90일을 초과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장기체류 자격 중 F-2 비자는 현행 법령상 내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기업투자(D-8) 자격으로 3년 이상 체류하면서 미화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 등 취득 조건이 까다롭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지난 2020년 강원 양양군 양양읍의 한 3층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입주민 10여 명을 대피시킨 카자흐스탄 출신 율다셰프 알리 압바르씨가 있다. 법무부는 당시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압바르씨에게 한국에서 6개월간 체류할 수 있는 임시 비자(G-1)를 발급했고, 압바르씨는 그해 말 영주권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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