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4% 상호관세 중 14%분 90일간 유예
유예 종료 시점과 참의원 선거 시기 겹쳐
이시바, 조기 합의 통한 지지율 반등 노릴지...선거 후 협상 장기화할지 전략 기로
선거 전 조기 타결 시 농업계 반발 위험, 시간벌기 전략 시 야당 내각불신임안 변수
유예 종료 시점과 참의원 선거 시기 겹쳐
이시바, 조기 합의 통한 지지율 반등 노릴지...선거 후 협상 장기화할지 전략 기로
선거 전 조기 타결 시 농업계 반발 위험, 시간벌기 전략 시 야당 내각불신임안 변수

【도쿄=김경민 특파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협상에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중 추가 인상분의 유예기간 90일이 참의원(상원) 선거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이 있어 이시바 총리는 선거를 의식한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2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산 수입품에 24%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가 이 가운데 14%에 해당하는 추가 인상분을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단순 계산하면 유예 종료일은 7월 9일이다. 참의원 선거는 7월 3일 공시, 7월 20일 투개표 일정과 겹친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NHK 방송에 출연해 "협상은 서두를 일이 아니다. 일정한 시간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질질 끌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협상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하나는 선거 전 조기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안, 다른 하나는 선거 이후로 결론을 미루는 시간 벌기 전략이다.
조기 합의는 상호관세 추가 인상을 저지해 일본 경제의 충격을 완화하고, 총리의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릴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이달 중 2차 협상을 미국 측과 추진할 방침이다. 협상 시점을 국회 회기 종료일인 6월 22일에 맞춘다면 야당의 내각 불신임 결의안 제출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조기 합의는 미국의 요구에 끌려다닐 위험이 따른다. 농산물, 자동차, 안보 등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에서 일본이 지나친 양보를 하면 자민당 지지층인 농민 표심이 이반할 수 있다.
반대로 선거 이후로 협상을 미룰 경우 일본은 관세 철폐, 비관세 장벽 완화 등 일부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정부 내에 퍼져 있다. 실제로 일본은 2019년 제1차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협상을 미룬 뒤, 선거 이후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해 단계적 관세 인하를 수용해 최종 합의한 경험이 있다.
이번 협상이 다른 점은 미국이 '90일 유예'라는 시간표를 먼저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본이 선거 이후로 결정을 미루더라도 그 전에 관세 발동을 막을 최소한의 진전은 보여줘야 한다. 일부 자민당 의원은 "협상이 일정 수준 진척됐다면 미국이 유예를 연장할 여지도 있다"며 "일본의 정치 일정도 미국에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이 길어질 경우 야당의 내각 불신임안 제출 여부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정치 리스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사실상 기한 내 타결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시바 총리는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면서도 주도권을 쥔 채 시나리오를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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