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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 걸린 남성, 치매 위험 2배"…조용히 퍼지는 헤르페스 경고

뉴스1

입력 2025.04.24 10:01

수정 2025.04.24 10:39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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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성관계로 전염되는 생식기 헤르페스(HSV-2)에 감염된 남성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감염되지 않은 남성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증상으로 평생 잠복하는 HSV-2는 조용히 퍼지는 성 매개 감염병(STI)으로, 감염 이력이 곧 치매 고위험군 진입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HSV-2는 생식기 접촉이나 구강·항문 성교 등을 통해 전염되는 성매개 감염병이다. 감염 시 생식기 부위의 작열감, 통증, 수포, 궤양, 배뇨통 등이 나타나며, 신경절에 잠복한 뒤 재활성화된다. 감염자의 약 80%는 증상이 없어 감염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생활하며, 조기에 발견되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 신경계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40대 이상 인구의 HSV-2 항체 양성률은 30~40% 수준이다. 특히 젊은 층에서도 무증상 감염이 흔해,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경우는 드물고, 초기 감염 시 의료기관 방문 비율도 낮아 적절한 치료와 예방 개입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4일 캐서린 아라야 미국 텍사스대학교 신경퇴행질환연구소 연구진은 최근 65세 이상 미국인 3323만 명의 전자의무기록(EHR)을 분석해 헤르페스 바이러스(HSV) 감염과 치매 발병 간 상관관계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HSV 감염군(1만 9554명)과 비감염 대조군(9만 6569명)을 비교했다. HSV 감염군은 입술 헤르페스(HSV-1), HSV-2, 동시 감염군 등으로 나누어 치매 발병 위험을 분석했다.

HSV 감염 이력이 없는 남성과 비교했을 때, HSV2에 감염된 남성의 치매 발병 위험이 2.0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HSV-2 감염군의 위험도는 1.76배, HSV-1 감염군은 1.66배, 두 유형 모두에 감염된 경우는 2.44배로 확인됐다.

HSV-1 또는 HSV-2 감염자의 치매 발병 위험은 남성과 여성 간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HSV-2 감염자 중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약 2배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는 HSV-2의 영향을 받는 성별에 따른 생물학적 경로가 있다는 점을 암시할 수 있다"며 "잠재적으로 질병의 진행 또는 중증도를 조절할 수 있는 호르몬 또는 면역 반응 차이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HSV 감염은 뇌에서 염증 반응을 유도해 신경세포에 손상을 주며, 이는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병원체 특이 감염과 신경 퇴행 간의 관계를 규명할 종단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HSV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치매 위험 및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방 및 치료 전략 수립에 핵심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 학회지'(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2월 호에 '단순 포진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된 치매 위험 증가'(Increased risk of dementia associated with herpes simplex virus infection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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