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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사채업자 구속..돈 빌린 의사, 협박못견뎌 살해청부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07 21:36

수정 2008.11.07 21:36

폭력조직과 연계해 치과의사, 기업인 등에게 100억원대 돈을 빌려주면서 고리를 뜯어온 사채업자가 덜미를 잡혔다. 이 과정에서 의사는 협박을 참다 못해 폭력배에게 살해를 사주한 혐의로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김주선)는 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채업자 원모씨(36)를 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원씨는 지난 2005년 10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직원 4명을 고용, 무등록 대부사업을 하면서 기업인, 치과의사 등에게 총 335회에 걸쳐 107억원을 빌려주고 연 60∼120%를 이자로 챙긴 혐의다.

특히 원씨는 전국 90개 폭력조직 320명과 연락체계를 갖추고 자신이 조직원인 것처럼 행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씨로부터 돈을 빌린 사람은 치과의사, 기업인, 건설시행업자 등 다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영동에서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7월 원씨로부터 병원 운영비 및 주식투자금 명목으로 5억원을 빌렸다.

그러나 원씨는 주식 투자 실패로 원금 상환이 어렵자 A씨 장인 명의로 돼 있던 시가 5억원 상당의 롤스로이스 팬텀 승용차를 빼앗았다.

원씨는 또 A씨에게 “병원을 팔아서라도 빨리 돈을 갚지 않으면 재미 없을 것”이라고 협박하며 A씨의 아파트(시가 3억5000만원)와 치과의원 등 시가 6억8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토록 강요했다.

이같은 협박에 견디다 못한 A씨는 지난 9월께 또 다른 폭력배에게 살해를 사주하고 이 폭력배 도주에 필요한 승용차를 제공한 혐의(범인도피 등)로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한 순간의 판단 실수로 사채의 위험성을 모른 평범한 치과의사의 안타까운 인생역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건설시행업자 B씨 역시 3억원 상당을 빌린 대가로 페라리 스포츠카(2억4000만원), 벤츠 S600(2억5000만원) 등을 포함, 모두 6억원 상당을 변제한 뒤에야 원씨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B씨는 강제로 2007년 4월께 부산 조직폭력배 간부의 문상 동행을 요구받아 장례식까지 함께 다녀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채무를 모두 탕감하고 나서도 ‘승용차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로 둔기로 머리를 맞아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검찰 관계자는 “원씨는 조직폭력배들과 연대를 과시하면서 채무자들과 술자리에 폭력배들을 불러 위세를 보이는 등 채권을 회수하는 데 이용하기 위해 조직폭력배들과 긴밀한 연락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원씨의 주거지에서 군산, 부산, 이리 등 전국 폭력조직의 연락처를 확보했으며 원씨는 이 가운데 30개 이상의 전화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 수시로 연락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원씨는 2005년 1월에도 무등록 대부업을 하다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유예기간 중 동일한 수법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전했다.

/hong@fnnews.com 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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