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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국경이 사라진다] <1부> ① IFRS 파고가 밀려온다

안만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22 22:36

수정 2014.11.04 21:18



오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원칙중심(Principle Base)’의 IFRS는 공정시가와 연결재무제표를 큰 원칙으로 하고 있어 현행 한국 회계기준(장부시가와 개별재무제표)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업의 언어인 회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금융정책당국과 회계업계는 IFRS 도입이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한단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또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로 더욱 빠르게 편입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위원회와 회계기준원은 지난 3월 IFRS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고 지난 9월에는 IFRS 초안을 번역해 공개하는 등 IFRS 도입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오는 12월 말쯤에는 ‘한국채택 IFRS’가 확정·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기준 국경이 사라진다.

IFRS는 회계기준의 세계 표준으로 정착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110개국이 IFRS를 도입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80%가 IFRS를 도입한 상태다. 중국은 올해부터 상장사들에 적용하는 회계기준을 IFRS의 기본원칙에 따라 개정·적용키로 했으며 일본도 2011년까지 IFRS와 컨버전스(정합화·통합)를 완료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05년부터 상장기업(28개국, 8000여개 기업)의 연결재무제표에 IFRS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IFRS를 전면 도입하는 2011년이면 약 150개 국가에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기준에서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세계 회계기준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미국도 IFRS의 자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미국회계기준(US-GAAP)과 IFRS를 단일화(컨버전스)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4월 미국에 본사를 둔 자국 기업이라도 IFRS를 도입하면 IFRS에 따라 공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공표하는 등 IFRS를 대세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2009년부터 미국내 외국 기업들은 IFRS에 의해 작성된 재무제표를 공시할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지는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들 중에서 IFRS로 공시하는 기업은 미국 회계기준과의 차이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편입 가속화

IFRS가 세계 회계기준으로 자리잡아감에 따라 IFRS 도입은 국내 기업활동의 국제화와 국내 자본시장 개방의 가속화와 직결된다. 삼성전자, POSCO 등 글로벌 국내기업들의 재무제표 이중작성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증시 상장에 따른 부담도 줄여주게 된다. 또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로 편입하는 데도 가속도가 붙어 해외에서 자금조달이 그만큼 쉬워지고 조달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투자가들이 통일된 회계기준으로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들을 비교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그동안 불이익을 받아온 국내 기업들의 재평가도 이뤄질 수 있다. 이는 IFRS 도입이 국내 회계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수많은 국가에서 IFRS를 도입하는 것는 국제 자본시장의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우선 각 국가의 재무제표에 대한 투명성과 비교 가능성을 제고함으로써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글로벌 비즈니스로의 확장을 위한 막대한 잠재력을 제공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빡빡한 도입 일정

이처럼 IFRS 도입은 전세계적인 추세이자 국내에서도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IFRS 도입은 빡빡한 일정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한다고 해도 시간이 촉박한 실정이다. 오는 2011년 IFRS 도입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시스템의 준비는 2010년까지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법인 등이 있는 경우에는 이들 법인 역시 IFRS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욱 촉박하다.

그래도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회계법인들로부터 자문을 받고 전산 및 회계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견기업 이하 기업들은 사정이 180도 다르다. IFRS 도입이 미치는 파장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11년이면 아직도 시간이 충분한데 벌써부터 IFRS를 준비해야 하는 지에 의구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준비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 하는 기업들도 있다.

기업들은 IFRS 도입에 앞서 내부 회계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하고 담당 직원들에 대한 교육, 인력확보 등 준비해야 할 일이 엄청나다. 특히 IFRS가 원칙 중심이라는 점에서 자율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내교육과 외부 기관의 교육 등으로 전문지식을 쌓아야 할 뿐 아니라 전산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회계업계 전문가는 “대부분의 상장기업은 현재 거의 준비가 없는 상태”라며 “현장 재교육과 향후 신규 실력을 가진 인원을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FRS는 단지 숫자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데 이같은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공동기획 : 한국공인회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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