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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국경이 사라진다] IFRS 도입 준비 중인 대기업

안만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22 21:11

수정 2014.11.04 21:18



자본시장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은 국내 기업들에 ‘한·미 FTA’에 못지 않은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시장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회계기준이 하나로 묶여지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재무제표 기준의 통일 이상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IFRS 도입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상장 중소기업들은 아직 IFRS 준비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비용, 인력, 인프라 구축 등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IFRS 도입 준비 중인 대기업

국내 대형은행과 SK텔레콤, 한국전력 등 국내 대기업들은 IFRS 도입에 따른 회계시스템 전환을 컨설팅할 회계법인 선정을 완료하고 전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특히 미국이나 영국 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 POSCO, LG전자 등은 2009년 IFRS 조기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국제회계기준원(IASB)은 유럽증시에 상장된 해외 기업들의 경우 오는 2008년부터 IFRS로 공시하도록 예정돼 있는 것을 2011년 유예해주는 안을 유럽연합의회에 상정했는데 국내 글로벌 기업은 그 추이를 봐가면서 IFRS 조기도입을 결정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2009년까지 모든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IFRS 준비를 진행 중이다. 특히 비교 재무제표 산출을 위해서는 2010년부터 IFRS로 전환해야 하는 만큼 30명 이상이 IFRS 도입을 전담하고 있다.

POSCO는 현재 도입 시기별로 준비상황을 검토하고 있다. POSCO는 연결재무제표 등의 보고를 위한 전산시스템 등의 인프라 등을 이미 구축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IFRS 기준서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데다 추상적이고 선택적인 회계처리 등의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TF팀을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IFRS 도입과 관련된 전산화, 회계정보 시스템 적용 등의 실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를 마친 상태다. 삼성전자 역시 조기적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잡고 있지는 않다. 미국내에서도 오는 2009년부터 IFRS로 공시할 수 있을 지가 조기적용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IFRS 준비에 나선 대기업들은 IFRS 도입이 △해외 공시를 위한 추가비용 절감 △회계신뢰성 제고 △세계 자본시장 참여 용이 △회사 가치 상승 △외국 투자가들에 정확한 기업정보 제공 등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눈치만 보고 있는 중소기업

대기업과 다르게 상장 중소기업들은 아직 IFRS 도입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자금, 인력 등의 문제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거느리고 있는 자회사 처리 문제 등 해결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IFRS 내용이 최종 확정되면 그 이후에 회계법인과 협의를 거쳐 경영진에 보고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로 3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는 아직 IFRS 도입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부실 자회사를 통합하거나 분사시키는 결정이 이뤄진 후에나 IFRS 도입 준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업계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상황에 맞춰 가면서 IFRS 도입을 준비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대기업 노하우를 배워 초기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막대한 상장유지 비용과 과중한 부담으로 상장을 취소하는 중소기업들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상장사 중에서는 현실적으로 상장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경우 상장 취소를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자본조달에 문제가 없는 데 막대한 비용과 부담을 느껴가며 상장을 유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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