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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국경이 사라진다] 부실자회사 정리·체질개선…기업가치 극대화

안만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1.05 16:24

수정 2014.11.04 20:21



자본시장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은 국내 기업들에 ‘한·미 FTA’에 못지 않은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시장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회계기준이 하나로 묶여지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재무제표 기준의 통일 이상을 뜻하기 때문이다.

■경영전략의 패러다임 변화

IFRS는 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부실 자회사를 정리하거나 뼈를 깎는 체질개선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전략이 경영권 유지에서 기업가치 극대화 방향으로 전환돼 기업 지배구조 패러다임의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극소수 대기업들만이 IFRS 전면 도입에 맞춰 준비작업에 들어갔을 뿐 중견그룹을 포함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준비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이 IFRS 도입에 곤혹스러운 것은 자회사, 특수목적회사 등 종속 회사와의 지배구조 개편을 선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IFRS의 큰 원칙 중 하나인 연결재무제표가 적용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지배관계에 놓여 있는 부실 자회사나 적자 해외법인 등의 실적이 고스란히 반영돼 모기업들은 이들 자회사의 퇴출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또 우량 자회사라도 지분율이 50%가 넘지 않을 경우 연결재무제표에 반영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만큼 추가 지분 확보로 ‘완전한’ 자회사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자회사에 모회사와 동일한 경영관리 수준을 적용시켜야 하는 경영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 가치가 바뀐다.

IFRS 도입은 국내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보험부채, 퇴직충당금, 유형자산 등을 장부가가 아닌 공정시가로 평가해 재무구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자회사나 해외법인 실적도 연결재무제표에 모두 반영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의 당기순이익 또는 자기자본 등의 재무구조가 바뀌게 되고 증시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회사 주요 영업에 상용되는 통화가 달러인 경우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자본금 등이 축소될 수도 있다. 이는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화폐가 달러이거나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경우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퇴직충당금, 상환우선주 등의 평가기준도 바뀌게 돼 지금보다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IFRS는 퇴직충당금을 직원 근속연수, 임금상승률, 이자율 등을 예측해 현재가로 할인해 퇴직충당금을 산정하게 돼 퇴직충당금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기업의 부채비율도 높아지게 된다. 자본으로 분류되던 상환우선주 역시 부채로 분류돼 부채비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고통은 불가피

국내 기업들이 IFRS 도입으로 부담해야 할 직접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 회계비용, 전산시스템 구축, 전문인력 확충 등으로 비용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회계 전문인력이 거의 없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IFRS 도입은 상장회사뿐 아니라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비상장사들에도 타격이다. 상장기준이 훨씬 깐깐해져 기업공개(IPO)가 그만큼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FRS 도입에 앞서 철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IFRS 도입은 분명 큰 고통이 따르지만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더 많다는 게 정부나 회계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회계투명성이 높아지고 기업지배구조와 거래관계 등이 투명하게 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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