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미국산 왠지 불안해” 일본·호주제품 뜬다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6.09 21:54

수정 2014.11.07 02:17



대표적인 미국 브랜드 코카콜라가 국내 시장에 일본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달 말 일본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캔커피 자리를 지켜온 '조지아커피'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코카콜라는 이어 10일에도 현미와 보리 등 12가지 원료로 만든 '소켄비차'(爽健美茶)'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소켄비차 역시 일본 내 혼합차 시장에서 6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는 제품이다.

광우병 쇠고기와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제품 등의 잇따른 악재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보다 청정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일본 제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국의 대표 브랜드인 코카콜라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먹거리 불신 때문에 자존심을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광우병 쇠고기와 GMO 파동 영향으로 국민건강에 우선권을 둔 소비행태가 자리잡아가면서 '미국산'이 지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산 제품은 국내 소비시장에서 별 인기가 없다.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큰 상황에서 잇따라 미국발 불신이 야기된 탓이다.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의 대표 브랜드인 맥도날드 역시 국내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맥도날드가 햄버거에 쇠고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광우병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 주장된 '30개월 이상 미국소의 내장 사용'에 대해 한국맥도날드가 적극적으로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 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맥도날드측은 최근 파문이 매출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고려하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매일유업은 최근 이유식을 만들 때 첨가하는 미국산 콩으로 만들던 대두단백을 쌀단백으로 바꿨다. GMO 식품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미국산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는 치즈도 대부분 뉴질랜드와 유럽산이고 미국산은 거의 들여오지 않고 있다.

농심은 최근 손욱 회장이 직접 농심 홈페이지에 "(쇠고기의 경우) 현재 호주산, 뉴질랜드산만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국산을 쓸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주로 미국산 오렌지 농축액을 쓰던 주스음료 업체들도 브라질, 인도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시키고 있다.

미국 선키스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는 해태음료는 지정된 물량 이외 추가분은 브라질에서 오렌지 원액을 들여오고 있다. 롯데칠성의 경우 미국에서 들어오는 오렌지 원액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

국민건강을 저해할 수 있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냉정한 판단은 지난 2006년에도 발생했다.

지난 2006년 쇳가루 검출 파문을 일으킨 미국 대표적인 분유업체 미드존슨의 '엔파밀'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고 역시 미국 분유인 '씨밀락' 역시 시장점유율 1∼2% 정도로 매출이 미미하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엔파밀', '씨밀락' 같은 미국분유들이 들어오긴 했지만 안전성 문제로 한국시장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일본 분유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과 뉴질랜드, 호주 등 청정지역 제품은 소리없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연초 '군 기저귀'로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일본 제품은 최근 들어 커피, 차 등으로 품목이 확대되고 있다.

옥션에서도 일본 먹거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옥션에는 40여종의 유기농 상품이 등록되어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일본 안전 먹거리의 대명사인 낫또도 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뉴질랜드산 산양분유도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판매가격이 5만원에 달하지만 품질에 신뢰를 보내는 소비자들이 많은 탓에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유럽 등 검증된 청정지역 원료만 사용하고 있는 일동후디스와 매일유업은 앞으로도 품질에 중점을 두고 청정지역 제품 확보에 노력할 계획이다.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국민건강에 우선점을 두고 제품을 구매한다"며 "부정적인 소식이 잇따르면서 미국산 제품이 인기를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고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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