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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창간 8주년] 인터뷰/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6.22 22:00

수정 2014.11.07 01:16



하반기 한국경제가 심상치않다.

미국발 신용경색 여진이 끝나지 않았고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국내 정세도 불안하다. 게다가 유가와 원자재값 급등이 물가 상승을 이끌고 이는 서민들의 생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 감소, 실업자 증가 등 고용시장 환경도 좋지 않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은 미소 짓고 있지만 거꾸로 수입은 울상이다.

이런 일련의 대내외적인 환경 때문에 일부에서는 성장은 뒷걸음질 치고 물가는 크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출범한지 100일이 훌쩍 넘은 이명박 정부도 이쯤되면 경제를 1순위로 챙겨야하는 게 당연하지만 각종 대내외 현안 때문에 자신이 정작 중요하게 생각했던 경제는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창간 9주년을 맞아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 원장을 만나 현 경제 상황및 금융환경을 진단하고 하반기 전망과 해법을 찾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담 : 현형식 금융부장>

김주현 원장은 현재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으로 ‘환율’을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 통화들은 모두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원화만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은 잘되고 있지만 내수가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수출만으로 경제성장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이 맞물리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더 높다. 결국 물가 상승은 소비 감소 등 내수 침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자영업자 소득에 악영향을 줘 경제가 결국 ‘깡통’이 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정부가 빠르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나서서 환율을 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인위적으로 환율을 절하시키는 것은 개발 경제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오히려 환율을 떨어트릴 경우 투기세력만 배를 불려주는 꼴이 될 수 있어 철저하게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입장에서는 성장을 할 것이냐, 물가를 잡을 것이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물가 상승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일시적인 물가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좀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4%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살기가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깨닭는다면 경기를 살리는 것이 지금 정부의 최대 숙제가 될 것이다.”

특히 김 원장은 하반기에 정부가 주안점을 둬야 할 경제 운용 방향으로 ‘서민 생활 안정’과 ‘경기 급락 방지’, 성장 잠재력 확충’ 등을 제시했다.

다음은 김주현 원장과의 일문 일답요지이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대외적으로는 미국 서브 프라임 문제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돼 국내 수출 경기가 부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대내외적으로는 원자재 급등→소비침체→투자부진→내수 경기 위축 가능성이다. 정부가 기업 활동 관련 조세 제도를 정비하고 기업 투자 관련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국내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능성이 있는가.

▲최근의 성장률 정체와 물가 상승 수준 정도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 정의하기 어렵고 그 가능성 또한 낮다고 판단된다. 다만 경제 성장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성장률이 둔화돼 하반에는 최소한 4%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도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로 약 4년여만에 최고치였다. 앞으로도 고유가 및 원자재값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하반기 물가 불안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 정부가 당초 공약에서 제시했던 7%대 경제 성장률은 힘들어 보인다.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 수준은.

▲대내외 여건으로 볼 때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7% 성장 달성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출 경기가 예상외로 호조를 보이고 있어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의 5%와 비슷한 4.9%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등이 IMF 경제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동남아 각국의 위기 정도와 한국의 대응방안은.

▲베트남 경제는 지난 5월 25%가 넘는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필리핀 또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 4월 8.3%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4월 이후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파키스탄은 10.5%에서 12%로, 인도네시아는 8%에서 8.25%로 각각 금리를 인상하는 등 통화정책의 촛점을 인플레이션 억제에 맞추고 있다. 한국 역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가운데 비가격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아세안(ASEAN)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았다는 시각과 그렇지 않다는 시각이 각각 엇갈리고 있다. 향후 국제 금융시장을 전망한다면.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대출자 지원, 주택건설업자 감세,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한 안정책을 내놔 미국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되고 신흥국들도 가산금리와 CDS프리미엄이 하향 안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표적 주택가격지수인 S&P/Case-Shiller지수가 고점 대비 15% 하락했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금융기관들의 추가 손실여부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안정 여부도 최종 결정될 것이다.

―최근 신흥금융시장으로 이슬람이 부각되고 있다.
이들의 잠재력과 전망은.

▲오일머니가 중심이 된 국부펀드들은 최근 부동산 등 비유동성 자산과 파생상품, 사모펀드 투자를 통한 기업 인수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그러나 투자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자산가격의 변동성을 높이고 이때문에 각국 주식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또 국부펀드들이 세계적인 기업 인수에 관심을 갖게 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이 존재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정리=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사진=박범준 기자

■김주현 원장 약력
△서강대 영문학과 졸업 △미국 아리조나주립대학 경영학(재무분야) 박사 △현대경제연구원 경영본부장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재무학회 상임이사 △한국증권학회 편집위원 및 이사 △(現)한국재무학회 상임이사 △(現)한국경제연구학회 이사 △(現)현대경제연구원 대표이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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