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100년 금융 패러다임이 바뀐다] ② 위험관리·수익창출 ‘IB+CB’ 급부상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23 17:33

수정 2014.11.05 13:27



미국에서 날아온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의 몰락과 시장재편 소식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꿨던 국내 금융기관들의 향후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가 너 나 할 것 없이 ‘글로벌 IB’를 외치며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자기자본투자(PI) 등 투자은행의 모든 영역을 넘나들 것임을 밝히고 있는 터여서 이번 세계적 투자은행들의 시장재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벌써부터 과도한 레버리지 창출로 자산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글로벌 IB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대두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투자은행과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을 접목시킨 ‘IB+CB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IB 고통, 우리에겐 ‘약’

최근 1년여 사이에 진행된 미국 5대 투자은행 몰락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저금리’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장기간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이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다양한 파생상품을 개발하고 또 레버리지를 통해 과도한 신용을 창출한 것이 결국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낮은 금리로 자기몸집보다 수십 배가 넘는 차입도 가능했고 이 역시 투자은행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제공했다.


특히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단행했던 과도한 자기자본투자(PI)를 투자은행들이 너무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증권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 신보성 실장은 “투자은행들이 PI에 대해 너무 과대망상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몸집을 불린 고유계정을 통해 이익에만 올인하다 보니 위험을 제때 인식하지 못했고 그 결과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풍부한 유동성이 결국 유동성 위기라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이번 글로벌 IB들의 지각변동이 어쩌면 국내시장에는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도 적지 않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과 국내 금융기관들의 투자은행 전환 움직임이 아직 초창기라는 점에서 더욱 이번 위기가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구정한 연구위원은 “파생상품의 목적은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이지만 오히려 이번 사태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안겨 줬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IB를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IB 지고 IB+CB 뜨나

베어스턴스 파산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메릴린치 피인수 그리고 월가에서 마지막 남았던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은행지주사 전환까지 ‘IB 빅5’가 모두 운명을 달리함에 따라 투자은행 시대가 막이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공격적인 투자은행뿐만 아니라 예금과 대출 업무 등 주로 보수적인 운영을 하는 상업은행을 접목해 위험 관리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묘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1, 2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최근 은행지주사 전환을 결정한 사실은 이 같은 지적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부장은 “이번 사태로 투자은행을 지향하는 기존 금융기관들이 위축될 필요는 전혀 없다”면서 “물론 글로벌 IB들의 급격한 환경변화를 지켜본 국내 금융기관들이 공격적인 행보를 할 가능성은 적지만 어떤 경우든 위험관리 시스템 구축과 관련 제도 마련은 초기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 현석원 연구위원은 “2006년 말 기준으로 5대 글로벌 IB들의 평균 자기자본은 26조원이었지만 국내 5대 증권사는 평균 1조8000억원에 그쳤다”면서 “자기자본이 어느 정도 확보돼야 고수익·고위험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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