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변해야 산다] 안전·웰빙·가치,소비패턴 급부상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31 13:03

수정 2008.12.31 13:03


‘안전, 웰빙, 가치’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불황기를 맞아 주머니가 가벼워짐에따라 가능한 소비를 자제하고 있지만 소비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안전과 웰빙, 가치를 먼저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내내 들끓었던 식품불안 이후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안전, 웰빙은 최근들어 의류 등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명품 등 일부 고가품에 한정되던 가치구매 역시 먹거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전까지 유지했던 양적 성장에서 안전과 웰빙, 가치를 내세우는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소비행태와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올해도 엥겔지수 상승 전망

일단 소비자들은 올해도 지갑을 여는데 주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제, 국내 경제 어디 하나 좋아질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올해부터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일단은 안 쓰고 버티는 현상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소비감소 추세는 엥겔지수(소비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에서 잘 나타난다. 기본적 지출인 먹을거리 외에 여가활동 등 다른 데 돈을 쓰는 것을 자제하면서 엥겔지수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던 엥겔지수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수준 상위 20%의 경우 지난해 1·4분기 20%에 머물던 엥겔지수는 지난 3·4분기 24%선까지 4%포인트나 늘었고, 소득수준 하위 20%는 26%선에서 31%선까지 큰 폭으로 늘었다.

소득수준에 따라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소득계층에서 엥겔지수가 증가한 것이다.

경기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의 엥겔지수는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꼭 써야 된다면 가치있게 쓴다

돈을 아무리 아낀다 해도 꼭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소비자들은 가치소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호주머니가 가벼워진만큼 가격이 가장 중요한 판단요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지갑이 가벼워졌다고 해서 무조건 싼 것만 찾기 보다는 ‘한번 사도 제대로 된 제품을 구매하자’는 가치소비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쓸 돈이 제한된 상황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 소비자들이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조합을 찾아낼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지난해 하반기 경기침체가 뚜렷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명품 판매율이 고공행진을 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까지 명품 판매규모가 전년 동기에 비해 39.3%나 급증했고,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명품 판매는 전년 동기에 비해 26.3%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명품 판매 증가율이 40.8%에 달하는 등 대부분 업체들의 명품 판매증가율이 20%를 훌쩍 넘었다.

또 본인의 만족을 위한 제품군인 애완용품과 화장품 등의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안전·웰빙, 건강만은 챙긴다

건강을 고려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불거진 먹거리 불안이 확대되면서 비싸더라도 안전과 웰빙, 건강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이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제조원이 확실한 ‘브랜드’ 또는 ‘친환경’ 먹을거리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고, 건강을 생각하는 건강소구형 제품의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

신세계 이마트에서는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급격히 커졌던 지난해 브랜드 한우와 기능성 돈육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각각 21.8%, 21.9% 가량 늘었다. 이는 일반 한우 판매 증가율 2.2%와 일반 돈육 판매 증가율 17.4%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브랜드 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먹거리에서 시작된 건강에 대한 관심은 친환경을 표방한 화장품과 의류 등 소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세계 박찬영 홍보담당 상무는 “경기침체가 계속돼 가격적인 측면이 우선 고려대상이지만 써야할때는 가치 소비와 안전·웰빙을 가격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소비패턴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올해 이런 현상은 소비재시장 전반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패러다임 양에서 질로 변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안전·가치로 변화함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제조업체, 유통업체들도 이에 맞춰 외형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연말 업계 최초로 축산매장에 대해 HACCP시스템 인증을 받았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등은 산지직송을 강화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있다.

식품 이물질, 멜라민 파동 등 유난히 먹거리 관련 사고가 많았던 식품업계는 물론 주류업계도 ‘웰빙’과 ‘안전’을 주제로 한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유기농 국제 인증 요건을 갖춘 전북 고창군 일대 14개 목장에서만 한정 생산하는 매일유업의 유기농 우유 ‘매일 상하목장’, 유태우 전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와 공동 프로젝트로 개발한 오리온의 웰빙 과자 ‘닥터유’가 대표적이다.


진로의 ‘J’도 해저 1032m에서 퍼올린 해양심층수, 유전자변형 농산물(GMO)를 쓰지 않은 핀란드산 100% 순수 결정과당 등을 사용한 ‘웰빙 소주’다. 식품 안전 이슈로 엄마표 수제간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호떡믹스’ 등 베이킹 제품과 외식 대체용 제품도 소비자들에게 각광받을 전망이다.


오리온 백운하 상무는 “‘잘 먹고 건강하게 살자’는 의미의 웰빙 문화가 소비 트렌드를 점령한 지 이미 오래며 웰빙은 이제 생활 속 가까이에서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며 “특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웰빙과 안전 컨셉트가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은 기획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윤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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