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한국선 80%가 포경수술.. 꼭 해야하나

김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04 17:34

수정 2010.01.04 17:34



스웨덴에서 온 베르게(31)는 최근 한국 대중목욕탕에 가서 깜짝 놀랐다. 목욕탕 안의 모든 남성들이 포경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스웨덴에선 2001년부터 아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포경수술이 법으로 금지됐으며 전문의사의 엄격한 진단에 의해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한국에는 종교적 율법 때문에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 유대교 신자가 많은 줄로 착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80%), 미국(40%) 그리고 유대교 및 이슬람 신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미권 국가에선 포경수술을 한 남성의 비율이 1∼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학이 되면 소아청소년기 아들을 둔 부모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가 포경수술이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포경수술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포경수술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포경수술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포피(귀두를 둘러싼 조직)를 잘라내게 되면 드러나는 부위가 원래 점막으로 유지되는 곳인데 노출될 경우 귀두 각질화 등의 손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강제로 노출된 귀두의 피부가 둔마되면서 성감이 둔해져 성인이 된 후 성생활에 문제가 올 수 있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밖에 현대사회에선 샤워나 목욕이 활발해지고 세척제도 뛰어나기 때문에 포피 사이의 이물질 침투나 염증 등이 발생할 확률이 적어 굳이 포경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어차피 성인이 되면서 대부분의 남성의 포피는 자연적으로 벗겨지는데 불필요하게 살을 잘라내다보면 아이들의 정신적 충격과 고통만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잉그베 호프반더 교수 등은 2000년 ‘포경수술은 잔악한 남성 성기 절단행위’라고 주장했으며 구미권의 경우 대체로 여기에 동의하는 편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포경수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중앙대학교병원 비뇨기과 명순철 교수는 “아직 한국인의 포경수술과 관련된 정확한 통계나 데이터베이스는 없다”며 “하지만 자주 씻는다 해도 여전히 포피 주름에 이물질이 낄 수 있기 때문에 청결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경수술을 하면 각종 염증, 감염 등이 예방된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을지병원 비뇨기과 조정만 교수 역시 “포경수술을 하면 귀두포피염 등의 질환 이외에도 심각한 질환인 음경암도 예방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며 “어차피 성인이 되면 대개의 경우 귀두는 노출이 되고 피부가 아닌 내부의 신경은 손상받지 않으므로 성생활에 큰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명 교수는 “수술 시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가 수술 필요성을 납득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성인이 된 후 포경수술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예방 차원에서 소아청소년기에 수술을 하게 될 경우 아이 스스로가 그 필요성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나이에 부모가 제안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아이가 싫어하는 데도 강제로 수술실에 밀어 넣는 것은 아이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공포와 반발심을 심어주기 때문에 수술후 회복기 및 이후 생활에서도 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명 교수는 앞으론 포경수술이 단지 질병예방을 넘어 ‘미용’의 개념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피지선이 많은 부위이므로 포피조직에서 불쾌한 냄새가 심하게 날 경우 다양해지는 성문화 사회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차 원으로 미용적 포피제거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성인을 위한 선택적 포경수술이 앞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kueigo@fnnews.com 김태호 인턴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