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워크아웃 시행 1년..건설업계 ‘희망가’ 조선업계 ‘사면초가’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25 22:20

수정 2010.01.25 22:20

글로벌 경제위기 직격탄을 맞고 지난해 1월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 및 조선업체들이 워크아웃 1주년을 맞아 재기의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25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들 워크아웃 기업 중 대대수가 지난 1년여간 주채권은행 등 대주단(채권자협의회)으로부터 채무유예를 받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일부 기업은 이미 워크아웃의 굴레를 벗었고 일부는 법정관리로 돌아선 곳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심화와 함께 ‘우발채무’와 ‘경제 불확실성’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 아직도 해결할 과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기업재무개선지원단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받고 있는 중견건설사의 경우 자구계획에 맞춰 충실히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 중이며 올해 경영계획도 속속 확정하면서 재기의 의지가 엿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크아웃 기업 채권단인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극히 일부 건설사는 사정이 어려워 최근 신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지만 문제없이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다만 건설사는 신규 수주 등에서 이행보증서 발급이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조선업종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워크아웃 순항…재기 움직임

지난해 신용위험평가 C등급을 받아 현재 워크아웃 중인 한 건설사는 지난해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워크아웃 돌입 초기에는 채권단의 간섭으로 경영위축을 우려했지만 오히려 B등급을 받았던 비슷한 사정의 다른 건설사들이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을 받지 못해 법정관리로 직행하는 것을 보고 워크아웃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 것이다. 당시 C등급을 받은 11개 건설사 가운데 2곳(롯데기공, 신일건업)은 지난해 일찌감치 워크아웃 졸업을 했다. 경남기업과 대동종합건설, 동문건설, 삼능건설, 삼호, 우림건설, 월드건설, 이수건설, 풍림산업 등 나머지 9개 업체는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다. 이 중 일부 건설사는 올해 워크아웃 졸업을 목표로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대부분이 중견 주택전문건설업체인 이들 워크아웃 건설사는 올해 전국적으로 1만8000여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1471가구)보다 1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이들 물량을 제대로 분양할 경우 경영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택시장 경색, 해외시장 진출 장벽, 우발채무 리스크 등 3대 요인으로 대형 업체와 중소형 업체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미래에셋증권 변성진 애널리스트는 “최근 잇단 분양은 양도세 감면 해제에 앞선 분양 밀어내기에 불과하다”면서 “양도세 감면 해제 이후 분양가 상한제 해제가 중요하며 특히 브랜드가 강한 대형 건설사들의 수도권 공략이 거세 후발업체들의 고전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해외사업에 필요한 공사이행 보증서 발급이 막혀 있는 점도 해외시장 공략을 통한 포트폴리오 확대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KB증권 허문욱 애널리스트는 “워크아웃 지원으로 현금 흐름이 개선되고 추가적인 워크아웃이 많지 않았던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해외 진출을 강화한 대형 10대 건설사와 하위 업체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개발 과정에 땅 주인에게 지급보증과 재건축·재개발사업 지원금에서 발생한 우발채무 리스크가 여전히 복병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갈길 먼 조선업종

건설업종에 비해 조선업종의 워크아웃 효과는 상대적으로 비관적이다. 금융권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 2차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대한조선, 진세조선, 녹봉조선, TKS, 세코중공업(이상 C등급), C&중공업, YS중공업(이상 D등급)등 7개 조선사를 워크아웃 (C등급) 및 퇴출(D등급) 대상으로 분류했다.

사실상 퇴출된 D등급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 조선사들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경쟁력 제고 여부는 불투명하다.

건설업종의 경우 시장 호전 분위기가 일부 받쳐주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활로 모색으로 부활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반면 조선업종은 글로벌 업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업체들의 수주난도 ‘진행형’이다. 특히 중국 조선업체들의 거센 추격으로 국내 중소형 업체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 워크아웃 효과가 무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삼성증권 윤필중 애널리스트는 “조선사의 워크아웃 효과는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업체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대형 조선사들도 최근 신규 수주가 나오고 있지만 기존 발주분 취소 사태가 올해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2011년 이후까지 경쟁력 확보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강두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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