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가구업계 “국내산 판상재 품질 미달”

유영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7.13 18:18

수정 2010.07.13 18:18

가구업계가 가구의 주 원재료인 국내산 판상재의 품질 수준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동화기업 등 국내 합판보드업계가 판매하는 판상재의 등급이 정해진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 대해 합판보드업계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공개테스트라도 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가구류의 품질·안전기준 충족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다음달 중 처음으로 가구완성품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가구업계와 합판보드업계의 진실공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13일 기자와 만나 “정부가 국민건강을 위해 가구류의 품질·안전기준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정작 시급한 것은 판상재의 실제 품질 수준을 파악하는 일”이라며 “동화기업 등 국내 합판업체들이 제조·유통하는 판상재를 검사해 보면 등급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조공법, 부자재의 품질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판상재의 등급이 완성가구의 환경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며 “판상재가 들어올 때마다 품질검사를 진행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들쭉날쭉한 품질이 가구업계에 큰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동화기업에서 구매한 ‘E0’등급(포름알데히드 방출량 0.5㎎/ℓ 이하) 중밀도섬유판(MDF) 210장 가운데 무작위로 5개를 선택해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측정을 의뢰한 결과 이 중 60%가 0.61∼ 0.87㎎/ℓ ‘사이값’으로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성목재와 성창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산 목자재의 품질 논란은 업계 외부로 이슈화되지만 않았지 오래전부터 심각했던 문제”라며 “회당 40만∼50만원의 비용 부담에도 2달에 한 번씩 자체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판상재 구입이 마치 ‘로또’ 복권을 사는 느낌”이라며 “심할 경우에는 반품한 목자재 대신 온 목자재가 또다시 등급에 미달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가구업계는 국내 합판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이 같은 품질 논란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화기업, 대성목재, 성창산업 등 사실상 3개 메이저사의 생산량이 국내 총 수요의 50∼55% 수준에 머물러 생산물량 전부가 별다른 ‘저항’없이 가구업계에 유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품질 때문에 동남아시아산 판상재를 사용하고 싶지만 합판보드협회의 제소로 지난해 초부터 동남아산 파티클보드(PB)에 반덤핑관세가 붙으면서 가격이 국내산보다 비싸졌다”며 “가구업계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반면 합판보드업계는 품질 향상보다는 단순한 목자재 가격인상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동화기업 관계자는 “국내산 판상재의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가구업계의 주장은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차라리 가구업계와 공동으로 국내산 판상재의 품질을 공개테스트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hryu@fnnews.com유영호기자

■판상재=원목 및 재생 목재를 활용해 제작하는 판 형태의 목질자재를 총칭하는 말로 파티클보드(PB), 중밀도섬유판(MDF), 합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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