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화폭 대신 패션’ 작품 나온다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08 18:32

수정 2010.12.08 18:32

화폭을 뚫고 나온 예술가들의 기세가 무섭다. 미술계를 주름잡던 국내 화가들의 작품이 최근 핸드백과 여행 가방 디자인에 활용되면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패션과 예술의 공생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토종 잡화 브랜드를 키우고 해외 진출까지 꿈꾸는 점, 역으로는 미술에 관심이 없던 대중에 국내 화가를 알리는 점에서 그렇다.

■신생 토종 잡화의 잇단 러브콜

‘피겨 선수 김연아의 여행 가방’으로 유명세를 탄 소노비는 2005년에 첫선을 보인 신생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론칭 이듬해부터 꾸준히 국내 화가들의 작품을 제품에 삽입해왔다.
이미 작고한 화백부터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이들까지 대상은 다양했다.

시작은 고 김점선 작가다. 디지털 미술이란 새 장르에서 활동하던 그는 2006년 소노비 제품에 자신의 작품을 접목시키며 눈길을 끌었다. 이어 자연주의의 대가 고 장욱진, 삽화가로 이름을 날린 고 이우경, 팝아티스트 권기수, 서양화가 전영근 등이 작업에 참여했다. 이 중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은 고 장 화백의 작품으로 2008년부터 소노비와 네 차례나 협업을 했다.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전영근 화가의 작품 역시 대표작 ‘여행’이 소노비의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져 큰 호응을 얻었다.

소노비 관계자는 8일 “앤디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은 종종 패션에 접목되는데 국내 화가들에겐 그런 기회가 없었다”면서 “역량 있는 화가들의 작품 덕에 신생 브랜드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더불어 다른 제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장점은 매출로도 입증된다. 소노비의 지난해 총 매출은 2008년보다 70% 신장했으며 2005년에 비하면 6150% 늘었다.

■세계 패션 강국을 공략하라

지난 여름 ‘육심원 핸드백’을 론칭한 화가 육심원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이미 TV 광고, 다이어리와 같은 팬시 상품으로 대중적인 인기는 충분히 만끽했지만 그의 욕심은 세계로 향한다. ‘패션의 중심지인 뉴욕과 파리에서 자신의 가방을 든 여성을 보고 싶다’는 게 그것이다.

첫 도전은 트렌디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시작했다. 이곳에 위치한 육심원 빌딩은 전시장, 아트숍, 키친, 작업실로 구분되는 데 바로 여기서 핸드백, 구두, 지갑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제품은 대개 10만∼30만원 선으로 해외 수입품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다.


동양화의 기법을 이용한 부드러운 붓 터치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모든 여자는 여자이기에 행복해야 한다’는 특유의 주제 의식 역시 그를 돋보이게 했다.
육 화백은 “클래식한 가방에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담아 여성들의 로망을 충족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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