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의전원 재학생 진로 큰 고민

김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5.26 16:51

수정 2014.11.06 17:48

#. 서울에서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는 3학년 김모씨는 앞날에 대한 고민이 많다. 2015학년도부터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의학전문대학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내부적인 모임이나 인맥이 중요한 의사 사회에서 의전원 출신들이 다소 소외되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의전원들이 사라지면 사회적으로 앞뒤가 막힌 무인도가 될 것 같다"며 "졸업 후 원하는 병원에서 인턴(수련의)·레지던트(전공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을 병행하는 대학 12곳 중 동국대를 제외한 11곳(서울대·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아주대·중앙대·동아대·전남대·영남대·충북대)이 2015학년도부터 의과대학으로 복귀할 방침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의전원 제도가 2015학년도에 사실상 폐지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의대·의전원 병행 대학을 다니는 의전원 학생들 사이에서는 '성적이 잘 나와도 원하는 병원에 못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전원 1학년인 박모양은 "입학 때부터 의전원 선배들이 '의과대학 학생들이 너희를 깔보거나 친하게 안 하더라도 참아야 한다'는 조언을 해줬고 몇 번 그렇게 느낀 적도 있었다"며 "얼마 전에는 농담처럼 '너희(의전원 학생)들은 결국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화가 나고 슬펐지만 아무도 대꾸를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 의전원 학생들은 의전원을 유지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모임을 만들어 대학에 의견을 제안하려 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박양은 "어차피 극소수인데다 교수들마저 포기하라고 강력하게 설득해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의전원 학생들이 우려하는 것은 의사사회에서의 '왕따'다. 의사사회, 특히 대학병원에서 친분과 선후배 인맥은 특정 과에 뽑혀 원하는 분야 전공의가 되는 일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내과전문의는 "병원 입장에서는 전공의의 실력, 성적뿐만 아니라 과 선배 및 상사들과의 '팀워크'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이미 '굴러온 돌' 취급을 받는 일부 의전원 출신 의사들은 진로 선정에 다소 불리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전원 출신들이 언젠가 힘을 얻으려면 선후배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돼 하나의 '파벌'로 존재해야 할 텐데 이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의 여파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관습은 법적으로 드러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특유의 문화와도 같기 때문에 의전원 출신들이 정부나 법원에 불리함을 호소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특히 기존 의과대학 출신 교수들이 의과대학으로 복귀에 대해 완강한 태도를 보이며 강력하게 추진 중이어서 '잠시 왔다 사라지는' 의전원 학생들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모 의과대학 의전원 교수는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의전원이란 기형아는 사라져야 할 괴물"이라며 "무조건 외국을 따라했다가 실패한 제도를 만든 정부 탓을 해야지 이를 없애는 학교와 교수들을 원망해선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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