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바늘구멍’ 한국은행 입행 자격은?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1.21 17:56

수정 2011.11.21 17:56

'3대가 공덕을 쌓아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한국은행이 7년 만에 최대 규모인 52명의 신입직원을 뽑았다. 신입 선발이 50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고액 연봉과 막강한 복리후생으로 일반 금융회사의 그것을 압도한다. 한은 입행의 바늘구멍을 통과하려면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할까.

■전체가 동문회(?), '스카이'가 대다수

한은의 2012년도 신입직원 선발엔 2976명이 지원, 경쟁률이 57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웬만한 대학 출신은 지원하기조차 민망한 실정이다. 이번에 뽑힌 52명은 대부분 소위 '스카이'(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들이고 그 다음은 성균관대 순이었다.
올해에는 서강대 출신은 없었다. 한은에 현직으로 있는 절대 다수 직원 역시 이 다섯 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김중수 한은 총재는 특정 대학 순혈주의를 고쳐 보겠다며 작년부터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를 도입,시행하고 있다. 덕분에 경북대, 전남대, 포항공대 등 지방 국립대 출신들도 한은에 발을 들여 놓는 폭이 넓어졌다. 올해는 총 6명의 지방대생이 한은의 문턱을 넘었다. 조상 중에 독립유공자가 있거나 국가 유공자가 있다면 입사시험에서 5∼10%의 가산점을 받는다. 그러나 막강한 경쟁자들과 겨룰 만한 조건은 일단 갖춰야 하는 셈이니 3대가 덕을 쌓아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스펙은 기본, 진짜는 면접

한은 인사 담당자는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서류심사에서 대학 1∼2학년 성적은 거의 보지 않는다는 것. 이 관계자는 "1∼2학년 때는 학과 공부보다 폭넓은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원자들이 많이 신경 쓰는 영어점수에 대해서는 "대부분 토익 900점을 넘기 때문에 이 점수 이상은 동점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자들은 모두 자기 전공을 살려 경제학, 경영학, 법학, 통계학, 전산학 등의 필기시험에 응시하는데 필기시험 자체는 예전보다 쉬워졌다고 한다. 문제는 필기와 똑같이 400점이 배점되는 면접시험이다. 실무담당자들이 과제를 내주면 즉석에서 토론하고 해결책을 도출하고 발표까지 해야 하는 이 과정은 220분 만에 끝나는 필기와 달리 하루종일 진행해 수험생들의 진을 빼놓는다.


이 때문에 한은 입사시험에서는 공인회계사(CPA) 합격률은 낮다고 한다. 회계학 영역만 집중적으로 공부한 터라 경영학 전반을 아우르는 능력을 요구하는 전형과정에서 많이 탈락한다는 것. 올 해는 3명의 CPA가 합격했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필기는 쉬워졌지만 면접이 대단히 어려워서 선배들이 다시 시험을 본다면 과연 합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hnman@fnnews.com안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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