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LG,중국공장 딜레마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02 18:15

수정 2011.12.02 18:15

"고양이 집에 생선가게를 차려야 하나?"

중국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유출 사태로 인해 삼성과 LG가 추진해온 중국 내 액정표시장치(LCD) 생산공장 설립에 적신호가 켜졌다.

2일 관련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LGD)가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 각각 추진 중인 중국 내 LCD 생산공장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삼성과 LG가 보유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공정기술과 영업비밀 등을 중국 기업으로 넘기려던 일당이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

이윤호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장은 "한국의 핵심 기술이 경쟁국으로 유출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일"이라면서 "기업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몇 년 내에 만회할 수 있지만 기술이 새나가면 기업은 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혁 한국산업보안협의회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유출했다는 것은 한국의 미래를 도둑맞은 것"이라면서 "세계 1위를 지켜온 디스플레이 강국 코리아의 위상이 중국에 밀릴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삼성과 LG가 3년여간 추진해온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생산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오히려 삼성과 LG는 LCD 시황이 악화되면서 중국 현지 생산공장 건설에 소극적인 입장이란 점이다.


실제 양사는 올 들어 중국 LCD 공장 설립에 대해 "안하거나 늦추는 게 이익"이라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는 LCD 패널 시장 불황이 1년여간 지속되고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진 게 주요 요인이다.

게다가 양사가 올해 분기마다 연속되는 적자 실적을 기록, 중국 LCD 생산공장 건설에 나설 투자금이 부족한 것도 이유다.

그렇다고 양사가 중국 LCD 생산공장 투자를 전면 백지화할 경우 중국 정부의 반발과 불황 이후 시장 대응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4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오는 2012년까지 중국 LCD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올 들어 LCD 시황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중국 LCD 생산공장 착공 시기를 확정하지 못해 수차례 연기를 거듭해왔다.

삼성전자도 지난 5월 말 중국 쑤저우 7.5세대 LCD 공장 기공식을 했지만 공사 진척이 예상보다 느린 상태다. 아예 삼성전자는 중국 쑤저우에 건설하고 있는 7.5세대 LCD 공장을 전면 궤도 수정해 8세대로 변경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중국은 수입관세 인상으로 압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내년 1월부터 LCD 수입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현재 중국 TV 제조사들이 한국과 대만 기업으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LCD 모듈과 LCD 셀의 관세를 내년 1월을 시작으로 최대 5%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LCD 관련 수입 관세를 인상하려고 하는 이유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AUO 등과 같은 한국과 대만의 LCD 업체들을 견제하는 동시에 현재 이들 업체가 계획하고 있는 중국 내 LCD 생산공장 건설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된다.

/hwyang@fnnews.com양형욱 예병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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