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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둘러싼 미·중·일·러 새 리더십] (1) 박근혜와 시진핑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2.20 17:38

수정 2012.12.20 17:38

【 베이징=차상근 특파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끝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과 한국의 권력교체 레이스가 막을 내렸다. 특히 최근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세 나라 지도부가 동시에 교체됨에 따라 동북아 정세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지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의 새 리더십을 조망해 본다. <편집자주>

일본은 극우 성향의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동북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도 시진핑 총서기 체제에서는 중국식 사회주의가 한층 강조되고 주권 수호나 영토분쟁, 무역마찰 등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는 이전보다 훨씬 강경 대응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19세기 말 제국주의 할거시대가 연상될 정도로 현 동북아 정세는 배타적 국수주의, 국가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장거리미사일과 핵을 놓고 한반도를 긴장국면으로 몰아넣고, 편 가르기로 동북아 정세를 더욱 첨예하게 만들 전망이다.

반면 박근혜 당선인은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 함께 북한까지 그를 잘 알고 본인도 주변국 외교관계에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는 인사다. 그가 여성 지도자로서 유연성과 외교의 균형추를 잘 이용한다면 앞으로 5년간 한국의 주변국 외교는 이전보다는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중 관계는 중국어가 가능한 대통령이 등장했다는 측면이 중국에서 집중 부각되며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중국말을 하고 중국철학사도

신화통신 등 중국 주요 언론들은 20일 박 당선인을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대통령'으로 지칭하며 그의 당선 사실을 긴급 보도했다.

아울러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 때보다 양국관계가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민족대학 한국학과 황요푸 교수의 말을 인용,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신경보는 박 당선인이 힘들었던 젊은 시절 중국의 저명한 철학자 펑유란에 심취, 그의 '중국철학사'를 읽고 마음을 다스렸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그가 '삼국지'를 애독했고, 특히 조자룡을 좋아했다는 얘기도 있다며 중국과의 연관성을 특히 부각시켰다.

신화통신은 이날 평론에서 박 당선인이 경선 당시 "중국의 발전과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서로 충돌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 중·미 어느 한 국가를 선택할 필요 없이 한·미 동맹 기초 위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심도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신화는 중국은 남북한이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남북한이 공동발전하길 기대한다며 한·중 우호관계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측 기대 상당

중국은 시진핑 시대에도 박근혜 정부와의 대한국 정책을 이명박 정부 때보다 심화시켜가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총서기는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대기업의 경제 기여 등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속적인 개혁·개방을 집권 기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정부에서도 한국과의 정치·경제 교류를 중요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중쉰 부총리의 아들로 태자당으로 분류되는 시진핑이 문화혁명 과정에서 하방당하는 등 고생 끝에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됐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과 비슷한 인생역정을 겪었다.

박 당선인도 중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고 외교관계에 있어 상당한 유연성과 포용력을 중시해왔다는 점에서 대중관계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한·중 양국에서 나오고 있다.

두 지도자는 지난 2005년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난 것을 시작으로 시진핑이 세 차례 박 당선인을 초청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로 이어졌다.

박 당선인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특히 지난 2006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중국 측이 국빈급에게나 제공하던 링컨콘티넨털 리무진을 제공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베이징의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역대 최상이란 평가를 받아온 미국과 한·미 관계 속에서 중국이란 주요 2개국(G2) 관계도 강화하는 데 주력하며 과거 어느 정권보다 균형외교를 가져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과거 어떤 지도자보다 집권 전부터 꾸준히 대중 관계에 관심을 가져왔고 중국 방문도 많았으며 그만큼 주요 정치인과의 교분도 많았다"며 "차기정부의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대북관계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크게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중국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되 핵문제 등 첨예한 외교적 사안에서는 북한을 두둔하는 기존 자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대북관계에 있어 좀 더 유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의 한반도 시각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csk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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