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票퓰리즘의 허망함 보여준 ‘택시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2.28 17:37

수정 2012.12.28 17:37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고 각종 지원을 해주는 내용의 '택시법안'(대중교통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이 결국 연내에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이 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즉시 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버스업계가 갑자기 파업 방침을 철회했다. 27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면담을 한 직후다. 이로써 법안 처리의 마지막 걸림돌이 제거된 셈이다.

정치권은 버스업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이들에게 유류세 면제 등 여러가지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업계에 1조원대의 지원을 하는 데 이어 버스업계에도 수천억원의 추가 지원을 해주게 됐다.

이해당사자들을 달래느라 세금을 펑펑 퍼주는 꼴이다. 애꿎은 국민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된다. 정치권의 경거망동이 초래한 결과다.

택시법 입법 과정은 포퓰리즘 공약의 폐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나라는 없다. 정해진 노선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요금을 받으면서 승객이 없어도 운행하는 버스와 달리 택시는 승객이 필요에 의해 높은 요금을 부담하면서 이용하는 '선택적인' 교통수단인 탓이다. 단순히 택시업계의 경영이 어렵다 해서 준공영제를 채택하고 지원을 쏟는 것은 분명 무리다. 그럼에도 여야가 '사이좋게' 택시법안을 추진하게 된 것은 대선을 앞두고 30만명에 달하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표가 탐났기 때문이다.

이 법으로 자신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버스업계도 들고 일어났다. 버스업계는 11월 22일 비록 1시간 동안이지만 파업을 벌였다. 국회와 정부는 법안처리를 미루고 택시업계와 버스업계 양쪽을 설득해야만 했다. 택시법 파동은 국민을 볼모로 파업과 같은 수단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이른바 '집단 떼법'이 여전히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원칙이 없어서야 앞으로 또 다른 이익집단의 떼쓰기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그저께 택시법에 대해 "여러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약속은 지켜야 하니 본회의에 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택시법의 대안으로 감차(減車)보상과 요금인상 등을 담은 '택시특별법' 제정안을 내놓았으나 무시했다.

무책임한 처사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잘못된 공약을 억지로 실천하는 것은 더 큰 후유증을 낳는다.

이것이 택시법이 주는 교훈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