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거부된 택시법, 대체입법으로 풀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22 17:13

수정 2013.01.22 17:13

정부는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인 일명 '택시법'을 거부했다. 택시법이 대중교통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유사 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문제, 지방재정부담을 초래하는 악법으로 본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재의결 강행 불사와 택시업계의 운행 중단과 같은 으름장을 뿌리친 용단이 아닐 수 없다. 무책임하게 거부한 것도 아니다. 대체 법률안으로 업계와 종사자 지원을 골자로 하는 '택시지원법'을 제시한 점은 택시 업계의 딱한 경영난을 덜어주겠다는 고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당초 택시법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입법 의도와 추진 과정도 문제이거니와 법안 내용 자체부터 비논리성을 안고 출발했다. 하필 한 달 전 대선을 앞두고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여야가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의도를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버스처럼 '고정 노선과 운행시간표'가 없는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한 것에 고개를 갸우뚱거려야 했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이 법안을 정치권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였으니 '100만 택시가족'의 표에 눈먼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택시업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적자 보전, 환승 할인, 공영차고지 지원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국민 세금을 연간 1조9000억원을 퍼줘야 한다. 이 혜택이 월 130만원 안팎의 박봉인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택시 회사의 배만 불리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현재도 정부와 지자체가 연간 1조원이 넘는 지원금을 택시업계에 쏟아붓고 있는 마당이다.

택시업계의 경영난은 공급 과잉에 있다. 외환위기가 촉발된 1997년에 택시 수송인원이 연간 48억명이던 것이 2010년 37억명으로 줄었다. 반면 택시는 그 기간 21만대에서 25만대로 늘었으니 수익이 좋을 리 만무하다. 더욱이 자가용이 늘고 대체 교통수단인 버스는 서비스 강화로 편리해져 택시 수요는 점차 줄고 있는 게 택시업계의 생태구조다.

택시 감축 등 자구 노력과 다른 대안을 찾아보는 게 순서다. 고급화를 통해 요금을 올리는 쪽으로 문제를 푸는 것도 한 방안이다. 정부가 이번에 대체 입법으로 제시한 복지기금 설치, 유류비 전가 금지, 장시간 근로방지, 총량제 운용, 구조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택시지원법을 받아들이는 것을 심도 있게 고려하기 바란다. 새누리당이 이 대체 법안을 놓고 각계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종 입장을 정하기로 한 점은 만시지탄이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잘한 일이다.

택시법은 유사 업계에 여러 모로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된다.
당장 여객선도 대중교통에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전세버스, 화물차 등도 합류할 태세니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는가. 두고두고 짐이 될 악법은 차제에 거두어들이는 게 옳다.
택시법은 정치논리가 아니라 시장논리로 풀어야 마땅하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