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GM ‘공장이전’ 언급, 우리 대책 뭔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07 16:52

수정 2013.04.07 16:52

국내 금융시장이 북한 리스크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코스피 지수는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고 환율은 크게 올랐다. 우리나라의 국가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오름세다. 한국 경제에 시련이 닥칠 때마다 나타나는 전형적인 징후다. 정부는 지난 5일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대책은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작년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 '은하 3호'를 쏘아올렸을 때 시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월 3차 핵실험을 했을 때도 시장은 시큰둥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북한의 미사일·핵 불장난을 거짓말에 능한 '늑대소년'처럼 대했다. 그런데 이번은 달라 보인다. 시장은 최근의 미·북 간 치킨게임이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실제 충돌로 번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우려는 주가·환율·CDS 프리미엄 수치로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외국인의 움직임이다. 4월 들어 외국인은 증시에서 1조380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들이 한국 증시에서 손을 털고 달러를 챙겨 나가면 원·달러 환율의 이상급등을 피할 수 없다. 외국 언론의 특파원들이 속속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도 반갑잖은 소식이다. 언론은 속성상 사태의 긴박함을 강조한다. 이들이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를 배경으로 내보내는 보도가 우리한테 좋을 턱이 없다.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한반도를 보는 외국의 시각을 대변한다. 애커슨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경제전문채널 CNBC 방송에 출연해 "한반도 긴장이 깊어지면 생산기지 이전을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타당하다(fair)"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생산 시설과 직원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애커슨 회장을 탓할 순 없다. 만약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될 때 우리 기업들이 현지 직원과 시설의 안전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당장 정부가 할 일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안감을 씻어주려는 노력이다.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들은 한국 등급을 매길 때 늘 북한 리스크를 반영한다. 아직 등급이 바뀌지 않았다는 건 최근의 긴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범위 안에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GM 등 외국 기업들을 상대로 이 점을 강조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들이 함부로 등급을 내리지 않도록 설득 작업을 펴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제동을 거는 장치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언제까지 위기 때마다 외자 고갈 우려에 시름할 텐가. 이명박정부는 한국형 토빈세 도입의 운만 띄우고 나갔다.
실제 도입 여부는 박근혜정부의 손에 달렸다. 기존의 거시건전성 3종 세트만으론 구멍 뚫린 둑을 막을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
결단을 내릴 때가 다가왔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