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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물결,창조경제 혁명] (2부·5) 의료기술과 IT의 융합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22 16:21

수정 2013.04.22 16:21

[제4의 물결,창조경제 혁명] (2부·5) 의료기술과 IT의 융합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환자 A씨가 들어서는 순간 병원정보시스템이 알아차리고 '오늘의 할 일'을 환자에게 안내해줬다.수술 받기 전 병실에 누운 채 아이패드 화면으로 검사 결과 및 치료 스케줄을 확인한 후 화면을 보면서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의서에 전자 서명을 했다. 이 아이패드로 수술 후에 수술 경과를 알 수 있는 사진도 확인할 수 있었다. A씨는 고유의 바코드가 담긴 전자태그를 손목에 찼다. 이 태그는 투약이나 주사, 검사 등을 할 때마다 의료진의 처방 바코드와 환자의 것이 일치하는지 바로 체크된다. 일치하지 않을 때는 경고문이 뜬다.
환자의 혈액검사 수치가 정상범위에서 벗어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체크해 의사에게 이를 알려준다. 의료진은 139.7㎝(55인치) 초대형 터치 스크린으로 환자의 모든 기록과 영상을 띄워 놓고 환자의 상태를 일시에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이용해 환자와 가족들에게 경과보고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한다. 의사들은 모바일 시스템으로 병원 밖에서도 환자 진료 정보와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을 보고 해외 학회에 가서도 환자 상태를 점검하고 즉각적인 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침상에 설치된 터치패드를 이용하면 시트교체 청소요청 병실이동 등의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고 외래기록이나 입원기록과 같은 제증명 신청도 가능하며 입원비 정산도 침상에서 해결할 수 있다.

정보기술(IT)이 병원 시스템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의료의 패러다임 변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환자의 손에 달린 태그는 투약 사고나 의료 과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의료진은 환자의 영상기록을 화면을 통해 설명하면서 쉽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진영 수석연구원은 21일 "최근 의료 소비자는 급증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기대수명)'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건강수명)'을 추구하고 있다"며 "유전공학의 발달과 정보기술(IT) 융·복합화 등 기술혁신으로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공지능형 스마트병원 시대 열려

분당서울대병원은 2003년 전자의무기록(EMR)을 개발해 종이에 기록해 오던 진료기록을 디지털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 기술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또 전자태그(RFID)와 바코드를 이용한 투약관리, 진료과정을 표준화한 표준진료지침(CP),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이용한 임상 질 지표 관리, 1차 의원과 온라인 진료정보교류 등을 통해 IT를 의료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진료시스템을 구축해 클라우드 기반의 데스크톱 가상화 시스템, 모바일 전자의무기록.전자동의서.환자용 설명처방 시스템, 139.7㎝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대시보드 시스템 등을 개발해 진료 현장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들은 병원 밖에서도 모바일로 환자 진료 정보를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됐으며 환자들도 병실에 누운 채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진엽 원장은 "시스템이 필요한 데이터를 판단해 보여주고, 환자에게 위해한 상황을 걸러서 막아주거나 알려주는 것과 같은 인공지능형 시스템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라며 "앞으로 의료계는 물론 정보통신 업계에서도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삼성전자와 함께 갤럭시탭을 활용한 모바일 병원 솔루션 '닥터 스마트'를 진행 중이다. '닥터 스마트'는 삼성의료원의 기존 시스템과 연동해 당일 회진에 필요한 환자 리스트와 검사결과, 의료정보, 영상 이미지 등을 갤럭시탭을 통해 간편하고 손쉽게 조회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다.

이를 활용해 환자의 영상이미지들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직접 보여주면서 설명할 수 있어 환자로부터 병원과 의사들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 환자들을 위해 '삼성아기수첩' 등 다양한 앱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은 일부 병원에서 스마트병원을 실시하고 있지만 차츰 다른 병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헬스케어, 예방의 시대로

IT와 헬스케어의 융·복합은 결국 헬스케어의 예방관리 시대를 여는 것이다.

이제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은 1.0(전염병 예방)의 시대를 거쳐 2.0(질병 치료로 기대수명 연장)에서 3.0(예방과 관리를 통한 건강수명 연장)으로 변하고 있다.

최 수석연구원은 "헬스케어 3.0시대를 맞아 정부는 건강수명 연장을 헬스케어 정책의 목표로 확립하고 예방의학기술 개발과 비만, 흡연 등 준 질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병원은 전문분야를 선택해 집중 육성하고 진료 외 분야에서의 사업기회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헬스케어 시스템이 병원 치료중심에서 예방.건강관리 중심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치료방식도 개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표준처방에서 유전적 소인과 체질을 고려하는 맞춤 치료로 전환될 전망이다. 진단기기도 정밀도가 향상돼 조기진단이 가능해지면서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술이 일반화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이에 따라 헬스케어 3.0시대에는 맞춤치료제 상용화, 진단과 치료 복합의 신개념인 디지털 의료기기 출현 등이 진행될 전망이다.

■병원, 진료에서 벗어나 연구기관으로

최근에는 병원들이 진료기관에서 벗어나 연구기관으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IT와 결합해 스마트병원으로 변신하는 것 이외에 환자 진료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의료기기 개발 등을 개발하는 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길병원, 경북대병원, 고려대 구로병원.안암병원, 분당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아주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총 10개 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했다.

연구중심병원이란 진료 위주의 임상병원에서 벗어나 의료기기, 신약 등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개념의 의료산업화를 말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중심병원을 미래창조 과학과 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수준의 국가 보건의료 연구개발(R&D) 핵심 인프라로 키우고 고용 및 국부창출 등에 기여토록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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