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20년 거래처가 내용증명 보내...” 개성공단 입주社 피해보상 어떻게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28 13:49

수정 2013.04.28 13:49

"20년 넘게 거래한 업체로부터 지난 26일에 내용증명이 왔다. 거기엔 원·부자재 품목별로 금전적인 배상 내용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손실을 보상해달라고 하는 (거래처의)요구에 뭐라고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리스크(위험)를 다 감당해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녹색섬유 박용만 대표의 한탄이다.

개성공단내 잔류인원이 29일 전원 철수할 예정임에 따라 사실상 '잠정 폐쇄' 수순에 들어가면서 입주기업들이 입은 피해를 어떻게 보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개성공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정부와 금융권 등에서 내놓은 지원책이 '눈가리고 아웅'식이란 비판이 많아 향후 피해 보상을 놓고 입주기업들과 정부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 가동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입주기업들을 대상으로 피해액 산정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협회는 기업들이 보낸 자료가 모아지는 대로 공인회계사 등을 동원해 적정 피해액을 도출해낸다는 계획이다.

입주기업들이 입은 피해는 1차적으로 지난 3일 북측의 개성공단 출입 금지 조치 이후의 생산 원·부자재 공급 중단, 그리고 9일부터 북측 근로자들 출근 금지로 인한 생산 중단, 납품 차질 등으로 발생한 내용들이 포함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에 입주기업들이 거래처로부터 이미 통보받았거나 추가로 불거질 배상과 거래 중단 요구 등에 따른 2차 피해액도 광범위하게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박용만 대표는 "나와 함께 20년 넘게 일한 직원이 10명이 넘는다. (공단이 폐쇄되면)이들의 생계가 걱정이다. 도적적인 책임도 대표인 내가 져야하는데…"라며 말문을 흐렸다.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개성공단 폐쇄시 우리측이 입을 피해액만 1조원 가량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추정하고 있는 피해액에 한참 못미치는 수치이다.

우선 통일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정부와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한 금액만 총 9600억원이다. 이중 정부가 기반시설 등에 4000억원, 민간 기업들이 공장건축 등에 5600억원이다. 지난 9년간의 감가상각을 감안할 땐 이보다 액수가 줄어들겠지만 개성공단이 당초 50년을 보장받은 만큼 향후 활용가치를 감안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성공단 사태로 20일 넘게 조업에 차질을 빚은 123개 입주기업들이 입은 피해액만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개성공단이 이번 근로자 전원 철수 이후 '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수순을 밟을 경우 피해액은 수 조원에서 많게는 10조원 이상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초기 투자금 뿐만 아니라 공장 중단에 따른 입주기업체들 생산 차질, 재고 폐기, 납품 지연 그리고 거래처 이탈 배상 책임, 대외신인도 하락, 6000개 가량에 이르는 협력업체 피해 등을 총 망라한 수치이다.

하지만 입주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입은 피해를 구제받을 길은 많지 않다.

개성공단으로의 원·부자재 반출입과 생산제품 납품이행을 보장하도록 한 교역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공장 건축이나 기계 설비 등에 이미 투자한 금액에 대해 보장하는 경협보험에는 123개 사 중 96개사가 가입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피해 기간이 한 달 이상 지속돼야 한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사태가 내달 초에도 진정되지 않을 경우 보험금 지급 산정 기준일을 북측이 개성공단 통행을 불허한 지난 3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북측 근로자 출근 금지로 생산이 전면 중단된 9일로 할 것인지도 향후 해당 업체와 정부간 쟁점사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정부가 '전원 철수'를 결정한 이후 대규모의 근로자가 귀환한 지난 27일에도 늦은 시간까지 경기 파주에 있는 남북출입국사무소(CIQ)에서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긴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