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헌재 “일제 작위받은 조선왕실 종친도 친일파...재산환수 합헌”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04 13:12

수정 2013.08.04 13:12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았다면 다른 친일행위와 상관없이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도록 규정한 '친일재산환수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2조 1호 나목 및 부칙 제2항에 대해 재판관 7(합헌):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았다면 반민족 행위에 깊이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일제강점의 유지·강화에 협력한 것"이라며 "한일합병에 공을 세운 다른 친일파와 다르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작위를 받고도 이를 거부·반납하거나 독립운동에 적극참여 한 경우 예외로 인정하는 규정이 있으므로 평등권의 원칙을 침해하지도 않는다"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11년 친일재산 환수결정을 받은 조선왕실의 종친 이혜승의 손자가 낸 위헌법률심판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혜승은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으로 을사늑약 이후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와 함께 현재 가치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은사금 16만8천원을 받았다.
또 일제 강점기 말기에는 황국신민화 운동에 적극 동참해 조선임전보국단의 발기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이혜승을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규정한 뒤 이씨의 자손이 상속받은 경기도 포천의 땅 180만㎡(시가 300억원)을 국가로 환수했다. 이에 이혜승의 자손들은 "적극적인 친일행위가 없었고 단지 왕실의 종친이라는 이유로 작위를 받았을 뿐"이라며 소송을 냈고 2010년에는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조선왕실의 종친이라면 독립운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의무가 있는 계층"이라며 "독립운동을 외면하고 일제의 작위를 받았다면 그 자체로 친일반민족 행위"라고 크게 반발했다.


여론이 들끓자 2011년 국회와 친일파진상규명위는 '단지 작위만 받은 경우'에도 친일파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부칙규정을 신설하고 개정 전 '수작(작위를 받음)'을 이유로 친일재산 환수결정을 받은 것을 그대로 인정하도록 했다. 이에 이혜승의 후손들은 다시 소송을 내 해당 부칙규정이 위헌이라고 주장했고, 서울중앙지법은 판결을 뒤로 미룬 채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한편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단순 부칙조항 신설로 종전처분을 그대로 인정하도록 한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위헌취지의 소수의견을 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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