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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틸라피아(역돔)’ 양식 현장 가보니...‘엄격한 관리’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18 15:49

수정 2014.10.29 02:56

지난 13일 오후 대만 타이난시 학갑구 난잉지역 양식장에서 직원이 틸라피아(역돔)를 끌어 올리고 있다. 옆의 양식장 물은 영양분 공급을 높이고 오염도를 줄이기 위해 황토를 풀었다./정지우 기자
지난 13일 오후 대만 타이난시 학갑구 난잉지역 양식장에서 직원이 틸라피아(역돔)를 끌어 올리고 있다. 옆의 양식장 물은 영양분 공급을 높이고 오염도를 줄이기 위해 황토를 풀었다./정지우 기자

【타이난·가오슝(대만)=정지우 기자】"양식장 수질이 오염된 것이 아닙니다. 미생물 등 영양분을 공급하기 가장 적당한 물이 황톳물이기 때문에 물 색깔이 흐린 것이죠. 오히려 너무 맑으면 물고기들이 살 수 없고 요리해 먹기에도 적당하지 않습니다.
"

지난 13일 오후 대만 타이난시 학갑구 난잉지역 틸라피아(Tilapia·역돔) 양식장. 대만 난잉양식생산자협회 채아옥 이사장은 현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양식장의 흙빛 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채 이사장에 따르면 난잉지역 양식장의 물은 인근 상류의 댐에서 유입한 뒤 이 지방 고유의 황토를 풀어 수소이온농도(PH), 산소함류량 등 물고기가 살기 가장 적당한 수질로 바꿔 사용한다.

난잉지역은 습지가 많은 전형적인 청정지역이다. 따라서 황토자체도 오염되지 않았다는 게 채 이사장 설명이다.

여기다 협회 스스로 수질, 사료, 노동인력, 질병 등 7가지 검증지표와 61개 환경보존 법규를 만들었다. 난잉지역에서 양식업을 하는 320가구 서로가 감시·감독하며 청정지역을 유지해 나가자는 취지다.

실제 양식장은 물론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흔한 담배꽁초, 사료 포장지 등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양식면적 11㎢(332만7500평) 전체가 하나의 잘 정돈된 구조물을 연상시켰다.

채 이사장은 "과거엔 시멘트나 비닐을 사용해봤는데 배설물이 빠지지 않아 오염 진행속도가 빨랐다"라면서 "수질이 청정하지 않으면 대형 틸라피아를 길러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채 이사장의 말처럼 난잉지역 틸라피아는 남다른 크기를 자랑한다. 통상 바닷물을 이용해 양식을 할 경우 3년이 소요되지만 황톳물은 1년이면 2kg 이상의 대형 틸라피아를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료에 변칙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아니다. 겉모양은 속일 수 있어도 맛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론 때문이다. 대만 틸라피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육질'이다.

난잉지역 틸라피아는 이러한 노력이 인정받아 미국 SQF 1000, 국제 ISO 22000, HACCP, ASC-ISRTA 등 유수의 국제인증 대부분을 획득하기도 했다.

채 이사장은 "가장 까다롭다는 ASC 인증서가 세계에서 총 24장이 발급됐는데 난잉지역 양식장에 주어진 것만 12장"이라며 "ASC 인증 하나를 받기 위해 18개월 동안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가오슝시 대발공업구 퍼니쳐라이프 엔터프라이즈(주). 35년 역사를 지닌 대만의 대표적인 틸라피아 가공·생산 공장답게 입장부터 쉽지 않았다. 직원뿐 아니라 임원진이나 취재진도 공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살균된 장화와 모자, 마스크, 가운으로 바꿔 입고 손을 새척해야 했다. 예외는 없었다.

양식장에서 길러진 틸라피아가 이 공장에서 제품으로 생산되려면 최소 8단계를 거쳐야 한다. 계류장(24시간 노폐물 제거)→방혈(피 빼기)→필레팅 섹션(살코기 분리)→점막제거→기생충 검사→냉각수 세척→냉동→포장 등 순이다. 살아있는 틸라피아를 제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공공정은 50분으로 최소화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틸라피아 제품의 대부분은 우리나라로 수출된다. 보통 한 해에만 8만여t의 틸라피아를 한국행 비행기와 선박에 싣는다.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틸라피아의 95%는 횟감이나 구이용으로 쓰인다.

하지만 지난해 "횟감용으로 부족하다"는 국내의 한 케이블방송의 영향으로 수출이 급감했다.
여기다 일본 방사능 유출 파급까지 더해져 우리나라 국민에게 외면을 받은 것이다.

채준웅 대만 틸라피아 협회 이사장은 "대만 틸라피아는 엄격한 품질규정을 갖고 있는 유럽, 일본, 미국 등에도 널리 수출되고 있다"며 "한국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한 우수한 생선"이라고 말했다.


대만 틸라피아 협회는 오는 4월 서울 삼성동에서 틸라피아 홍보회를 열고 한국 양식업자들에게 대만의 선진 양식기술을 전수하는 기회도 마련할 방침이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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