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STX조선해양 채권단, 저가수주 50척 직권 취소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19 17:25

수정 2014.10.29 02:39

STX조선해양 채권단, 저가수주 50척 직권 취소

채권단의 '긴급수혈'이 결정된 STX조선해양에 대한 향후 추가지원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 5조원 규모를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오는 2016년 이후에도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부 채권단의 분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조선업황 불황이 이어진다면 2016년 이후에도 수천억원의 자금을 더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가 수주물량과 조선업황 부진 지속이 주요 근거다. 특히 채권단은 최근 STX조선이 예전에 수주한 50여척에 대해 수주 취소 결정을 내렸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재로선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돌발 변수를 고려해 추가 지원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STX조선 수주물량 취소 결정

19일 금융 및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STX조선이 과거에 수주한 50여척에 대해 수주 취소를 결정했다. 저가 수주가 문제였다. 저가 수주 물량을 안고 가기에는 기업 회생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STX조선의 저가 수주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자금의 유동성이 위험해지면서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다 보니 저가 수주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500억원의 제조원가가 드는 배를 400억원에 수주를 따낸 것이다.

문제는 조선산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다 선사(선주)들이 STX조선의 어려운 상황을 역이용한 측면도 있었다. STX조선은 선수금을 많이 받는 조건으로 저가로 배를 수주한 것. STX조선은 싸게 받고 배를 만드는 대가로 선수금을 많이 받았고 이를 운영자금으로 이미 써버렸다.

채권단 관계자는 "결국 돈을 쏟아부어도 이미 해놓은 저가 수주 때문에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배를 만들수록 STX조선의 수익악화가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최근 우선 지원키로 한 1조8000억원 역시 대부분 차입금 상환과 저가수주 물량취소 비용으로 지출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일부 채권단은 금호산업의 사례를 보면 추가 지원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채권단으로부터 지난 2010년 이후 몇 차례 추가 지원을 받았다. 채권단은 2010년 금호산업의 풋백옵션 부담을 해소해주기 위해 대우건설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를 했고 그후 수차례에 걸쳐 채권단의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해줬다. 이후에도 신규자금 및 보증지원, 채권단 채권 신규 출자전환 등을 단행했다. 이때마다 채권단은 이번이 마지막 지원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결국 지원을 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STX조선 역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 일부 채권단의 판단이다.

■국부 유출되나

일부 채권단들은 STX조선의 저가 수주가 국부 유출 문제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당장 선수금 확보를 위해 원가보다 20%가량 싼 가격에 배를 수주하면서 대부분이 외국계 기업인 선사들의 배만 불려줬다는 설명이다.

실제 선사들은 자금 유동성이 급한 STX조선의 사정을 보고 저가에 수주를 해주는 대신 선수금 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계약을 이끌었다. 조선사가 이 계약을 수행하지 못했을 때는 선수금환급보증(RG)을 내준 금융사에서 선수금을 돌려줘야 한다.

이 때문에 외국계 선사들은 배가 지어진다면 저가 수주로 이익을 남기게 되고, 만일 계약이 취소돼도 보증 금융사에 선수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채권단은 저가 수주 물량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입장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배 한두 대를 20% 저렴한 가격에 수주했다면 상관없겠지만 현재 STX조선의 수주 물량 대부분이 저가 수주 물량이어서 결국 무분별한 저가 수주가 외화 유출로 이어지는 꼴"이라며 "현재 투입된 자금 이외에 2~3년 내 추가로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금융사들에 채권단 자격 유지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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