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일반

월드컵 시원∼한 첫승,뜨거웠던 축제의 밤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6.13 17:27

수정 2010.06.13 17:27

"태극전사, 그대들이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태극전사들이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첫 상대인 그리스를 완파한 지난 12일 저녁 전국은 감동과 환희의 물결로 넘쳐났다. 최근 천안함 사건, 나로호 발사 실패 등 잇단 악재 속에 태극전사들의 쾌거는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며 "원정 첫 16강 이상도 본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전국이 '대∼한민국'…축제물결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국 길거리 응원장 289개소에는 100만4000여명(경찰 추산)이 몰려 붉은 물결로 뒤덮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삼성동 코엑스 인근 대로에 각각 5만명, 5만5000여명이 운집한 것을 비롯해 과천 경마장(4만여명), 인천 문학경기장(3만여명), 대전 월드컵경기장(1만여명), 울산 태화강 둔치(2만여명) 등에도 '12번째 태극전사'인 시민들이 몰려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쳤다.

서울광장에서는 가랑비가 내리는데도 시민들이 우산을 접고 주최 측이 준비한 가로 60m, 세로 40m의 대형 태극기를 머리 위로 펼쳐 흔들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특히 전반 이정수에 이어 후반 박지성이 저돌적으로 돌진, 그리스 골망을 흔들자 순식간에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는 국내 처음 선보인 가로 22m, 세로 13m의 초대형(1000인치) 스크린이 설치된 가운데 피서객 등 2만여명이 막대풍선을 흔들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고 현대중공업 민계식 회장과 오종쇄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노·사 임원 및 간부, 노조원, 지역주민 4000여명은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실내체육관에서 한마음으로 응원전을 벌였다.

민 회장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정말 기쁘다. 기쁘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오 위원장은 "노·사가 함께 응원한 가운데 거둔 승리여서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응원전, 시민의식도 '승리'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던 시민들의 구호는 경기가 끝나자 '청소하자' '쓰레기를 갖고 가자'로 바뀌었다. 더구나 각 길거리 응원장마다 수천∼수만명이 집결했으나 큰 사건 사고 없이 경기종료 후 차분히 해산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붉은악마는 서울광장 응원을 위해 나온 시민들에게 미리 붉은색 비닐봉투를 준비해줄 것을 요청했고 시민들은 가랑비에 젖은 신문지 등을 쓰레기 봉투에 담았다. 또 자신들이 사용한 응원 도구 등을 되가져 가거나 다른 사람의 쓰레기를 한곳에 모으기도 했다.

아들과 함께 응원한 김경훈씨(42·서울 염창동)는 "오늘 비가 많이 와서 따로 비닐봉투를 준비해 왔다"며 "사용한 응원도구와 비에 젖은 신문지를 비닐 봉투에 넣어 되가져 가면 아이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응원한 이주원씨(23·서울 대치동)는 "쓰레기 청소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겠지만 미리 정리해놓으면 청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친구들과 쓰레기를 봉투에 주워 담았다. 서울시 체육진흥과 김창수 주무관은 "2002년, 2006년 월드컵 응원전을 치르면서 시민의식의 성숙도가 크게 높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사와 지역주민들의 시민의식도 돋보였다.


사내 실내체육관에서는 노·사가 마련한 생맥주, 팝콘, 간식거리 등으로 상당한 쓰레기가 발생했으나 응원 참석자들은 경기가 종료되자 봉투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직접 준비한 봉투에 담아 가져갔다.

이밖에 대전 월드컵경기장과 광주 월드컵경기장, 인천 로데오 광장, 대구 동성로, 부산역 광장 등에서도 응원 후 자발적으로 쓰레기와 응원도구를 되가져 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박인옥 손호준기자

■사진설명=태극전사들이 2010 남아공 월드컵 첫 본선 상대인 그리스를 완파한 지난 12일 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운집한 5만여명의 시민들이 열띤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