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최후의 방패, 근접방어무기(CIWS) 체계(하)
2022.01.01 22:30
수정 : 2022.01.02 15:51기사원문
2차대전에서 해상전력의 중심이 전함에서 항공기로 변경되고 이어 '에일라트 쇼크(Eilat Shock)'로 대함미사일이 함정에 큰 위협으로 등장하자 수상함의 핵심 기능은 항공위협에서 살아남는 대공능력이 되었다.
에일라트 쇼크는 이스라엘 구축함 ‘에일라트’ 격침 사건이다.
1967년 6월 이스라엘과 이집트 등이 벌인 '6일 전쟁'이라 불리는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당시 압도적인 승리에 도취한 이스라엘 구축함은 이집트 해군을 경시했지만 이집트 해군 고속정은 기습적으로 이스라엘 구축함을 향해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미사일 공격에 무방비 상태였던 에일라트함은 격침되었고 이스라엘 해군 47명이 전사했다. 고작 60t의 고속정이 1730t의 구축함을 격침시킨 것이다.
앞서 10년 전인 1957년 10월 이미 구소련은 스틱스 시험 발사에 성공했지만 실전에서 대함 미사일로 쓸모가 있을지는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1967년 발행한 ‘에일라트 쇼크’는 전 세계 해군의 발상을 흔들었다.
이 사건은 대(對)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계기가 되었다. 팰렁스는 이에 따라 개발된 CIWS로 1978년 첫선을 보였다.
대한민국 해군은 서방제 CIWS 중 하나인 네덜란드 시그널사의 SE-30 골키퍼를 주로 사용한다.
심지어 이지스 베이스라인 7.1을 채택한 이지스함 KDX-3 세종대왕급 구축함에도 패키지였전 팰렁스를 장착하지 않고 골키퍼를 대신 장착했을 정도였다.
이후 골키퍼가 사실상 단종수순에 들어가자 한국 해군은 2009년 6월 10일부로 차기 프리깃 사업인 FFX에서 주력 SAAM과 CIWS가 레이시온의 RIM-116 RAM과 팰렁스로 선정됐다.
이후에 건조되는 KDDX와 CVX 등의 차기함에서는 CIWS 국산화 사업인 CIWS-II 사업을 통해 국산 CIWS가 장착될 예정이다.
해상에서 해군 함정의 다층 대공방어 체계가 거리대별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예를 보여준다. 따라서 거리대별 가용 무기체계를 표적에 할당함으로써 함정의 생존성을 보장하고자 하며, 원거리 대응 무기체계에 의해 위협을 무력화하는데 성공하게 되면 근거리 대응이 불필요하게 된다. 반면 최단거리 대응에도 실패할 경우 함정의 생존성은 보장될 수 없다.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다층 대공방어 체계는 네트워크모델로 표현이 가능하며, 특정 단계에서 대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 대응으로 이동하는 특징을 이용하여 방향성 경로(directed path)를 가지는 네트워크로 모델링할 수 있다.
■첨단 전투함, 대공방어 시스템 탑재 '이지스함'의 등장
에일라트함 격침 이후 세계 해군은 대함 미사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대함 미사일이란 새로운 창이 등장하자 이에 맞서는 방패도 나왔다.
공격 수단도 아닌 방어 수단인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함종이라는 의미인 이지스함이 첨단 전투함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으로 일방적으로 방어만 해야 하는 수상함 전력 증강보다는 잠수함이나 미사일고속정 전력을 증강해 적 해군을 없애버리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해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자국의 이익이 연관된 수송로 확보 등 근·원거리 해역에 존재하는 것이다.
고속정, 잠수함, 항공기를 이용한 미사일 러쉬는 해양거부 전략으로 해군력이 취약한 공산권에서 주로 사용하였으나, 구소련도 중국도 국력이 쌓인 뒤에는 해양지배를 위해 도전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가 해양거부 전략의 한계를 보여준다.
전시에 잠수함으로 적 함대를 파괴한다면, 적 잠수함도 아군 수송선단에 어뢰와 미사일을 퍼부을 것이다. 그런 경우 에너지와 물자, 보급로 차단 등으로 짧은 기간에 자국의 국력은 급속히 쇠퇴한다. 이를 지키기 위해 수송선을 지킬 수 있는 수단, 즉 강력한 방공함과 대잠함이 필요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힘의 정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자비한 전시엔 국제법상 민간 선박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주장은 약자의 푸념, 패배자의 동정받는 넉두리일 뿐이다.
군사력이란 외교가 실패했을 때 사용되는 것이기에,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상함은 각종 위협에도 불구하고 생존해 해역을 방어하고 지배해야 하며 가장 확실한 대공체계는 항공기를 운용하는 것, 즉 항공모함을 가지는 것이다.
항공모함은 24시간 조기경보기나 무장 초계를 도는 전투기 편대를 배치하여 수평선 너머 먼 곳에서 다가오는 위협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고 항모가 없는 적이 아군을 발견하기도 전에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의해 항모는 점차 위험에 처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항모가 존재해야 했기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한꺼번에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 방어체계가 개발됐다.
이후 기술 확산에 의해 각국의 해군들이 대함미사일로 무장하게 되었고 그 수준이 비슷하자, 교전 결과 높은 생존성을 기대할 수 있는, 즉 전투가 끝난 뒤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이지스함 보유국가의 해군력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
■ 대함미사일의 발달로 CIWS는 미사일 복합화→레이저 광학 병기로 진보 추세
그러나 그 이지스 시스템조차 비싸고 무거워 일정 톤수 이상의 큰 배를 요구하였기에 군사기술과 경제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국가는 보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반대로 대함미사일이 초고속화, 스텔스화 되는데 발맞춰 대공 체계에 요구되는 수준 또한 높아지고 있다. 방공능력이 없는 함대를 이지스함 한두 척이 엄호하는 식의 함대방공망으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는 분석이 등장해 각국 해군은 개함 방공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과거에는 레이더 연동된 대공기관포인 CIWS 정도가 한계였지만 CIWS 자체도 미사일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는 구소련 때 벌써 복합화를 해놨고. 현대 해군 대공체계는 SM-6처럼 수평선 너머에 숨어 있는 표적까지 공격할 수 있도록 길어지거나, 레이저로 근접한 표적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광학 병기는 일반적으로 레이저를 이용한 무기를 뜻하며, 발사 에너지를 직접 목표에 전달하는 무기인 지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energy weapon, DEW)로 분류된다. 이미 CIWS용 프로토타입과 탄도미사일 격추용 등 몇 종류가 개발되어 있다.
함정용 레이저 근접방어무기체계 운용엔 순간적으로 많은 양의 전기 에너지가 요구되는데, 전기추진 또는 원자력추진 함정의 경우 전력의 일부를 레이저 근접방어 무기체계로 전환해 사용 가능해 대용량 소요전력에 대한 기술적 문제 해결이 가능해 가까운 미래에 해상 전투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함미사일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나 수상함이 존재할 필요가 없어지지 않는 한 대공체계는 창과 방패의 경쟁처럼 도전과 응전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