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에 노숙자시설이?"…주민들, 범죄 우려에 결사 반대
2022.03.31 06:01
수정 : 2022.03.31 09:07기사원문
(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 부산 영도구의 한 노숙인자활시설이 주택가로 신축·이전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31일 부산시와 영도구에 따르면 대교동에 있는 한 노숙인자활시설의 위탁기관이 바뀌면서 기존 시설에서 약 1.3㎞ 떨어진 신선동으로 신축·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노숙인자활시설은 건강에 문제가 없고 근로 능력·의지가 있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무료 숙식과 취업 상담 등을 도와주는 시설을 말한다.
현재 시가 사단법인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같은 시설은 영도 외 금정구 2곳 등 부산지역에만 3곳이 있다.
영도 노숙인자활시설은 1998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실직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노숙을 하게 된 이들이 이곳을 주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49명 정원에 남성 노숙인 18명이 이곳에서 숙식과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시설이 낡아 정비의 필요성이 커지자 시가 환경정비 능력을 갖춘 새 위탁기관을 공모했다. 이후 공모에 선정된 새 수탁 기관이 시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전할 장소가 주택가와 인접한 곳이라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점이다. 기존 시설은 부두 앞에 위치해 있고 공장이 많아 인적이 드물었다.
주민 김모씨(40대)는 "처음엔 노인시설이 들어서는 줄 알고 그러려니 했다가 노숙자시설이 생기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노숙자시설을 이용하는 이들은 난봉꾼이란 소문이 나 있다. 그중에는 전과자들도 더러 있다"며 "결사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박모씨(40대)는 "어른들은 그렇다 치고 아이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근처에 여자중학교도 있어 내 자녀가 혹시나 해코지당하면 나라에서 책임을 질 거냐"고 따져 물었다.
구 전자민원 게시판을 통해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한 주민도 "주취 폭력행사자, 알코올 중독자, 부랑자 등이 내 동네를 활보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웃과 함께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건축허가를 반대하는 현수막 제작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설은 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위탁기관이 신고하면 구는 허가를 내줘야 하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안 요소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 시설을 이용하는 노숙자분들은 취업을 준비하거나 실제로 재직하는 분들"이라며 "위험 요소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낮에는 이 시설을 이용 못하는 등 출퇴근 형식으로 노숙자들이 잠시 머무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되는 노숙인자활시설은 지상 2층 100평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새로 선정된 위탁기관은 해당 건물에 대해 아직 건축허가 신청은 하지 않고, 부지 정지작업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