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생생, 인생 최고의 순간"…영웅들이 돌아본 그때

      2022.05.28 06:00   수정 : 2022.05.28 06:00기사원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서 승리한 태극전사들이 환호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고 있는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2002년 한일 월드컵 3-4위전을 마친 축구대표팀의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전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는 황선홍.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편집자주]보면서도 믿기 힘들던 2002 월드컵 4강의 기적이 벌써 20주년을 맞았다. <뉴스1>은 그때의 영웅들을 만나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새롭게 나아갈 20년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언제 떠올려도 흐뭇할 일이나 매양 '그땐 그랬지'로 끝나선 곤란하다. 더 흐릿한 기억이 되기 전에, 미래발전을 위한 값진 유산으로 활용하려는 생산적 자세가 필요하다.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김도용 기자,안영준 기자 = 벌써 2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한일 월드컵 영웅들에게 2002년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이제는 지도자로, 행정가로, 방송인으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구성원 모두 "그때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 생각하는 것은 동일하다.

박지성(41)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는 2002 월드컵이 낳은 최고 스타다. 월드컵을 통해 네덜란드 에레데비지에 에인트호벤에 입단한 박지성 위원은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QPR(이상 잉글랜드) 등에서 뛰면서 한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박 위원은 뉴스1을 통해 "벌써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말을 들으니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면서 "아직도 생생하게 많은 장면들이 기억난다. 내 기억 속에 평생 남아서 날 웃음 짓게 만들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일 월드컵을 돌아본 박지성 위원은 "축구 선수 생활 중 가장 자랑스럽고 행복했던 시간"이라며 "그 기분을 또 다시 느끼고 싶다는 생각으로 계속 선수 생활을 했다. 어찌 보면 너무 일찍 영광의 순간을 맞이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당시 주장으로 4강 신화의 중심에 섰던 홍명보(53) 울산 감독도 당시를 떠올리며 특별한 감정을 나타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영광을 항상 갖고 살았기 때문에 '벌써 20년이 됐나'라는 생각도 든다"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두 하나됐던, 한국 축구사에 있어 가장 성공한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선홍(54)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맏형으로 임했으니 더 특별할 수밖에 없었던 홍 감독이다.

그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가 있었는데 과외 선생님(히딩크 감독)을 잘 만나서 풀어낸 느낌"이라고 웃은 뒤 "1990년부터 월드컵을 9경기 뛰었는데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언제나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전 월드컵들을 회상했다.

이어 "앞선 3차례 대회에서 실패했기에 다시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컸고 고민거리이 많았다. 그러나 국민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폴란드전 2-0 승) 결승골 주인공인 황선홍 감독도 비슷한 마음이다. 그는 "홍 감독과 함께 최고참이었기에 승리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다"면서 "선수 인생에 있어 마지막 승부수였다. 다행히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승부수가 통했다"고 미소 지었다.

황 감독 첫 골을 어시스트 했던 이을용(47) 전 감독도 폴란드전 도움의 기억과 느낌이 생생하다고 했다.

이을용 감독은 "(황)선홍이형에게 크로스 했을 때의 순간이 여전히 또렷하다"면서도 "아들 (이)태석이가 2002년생인데 벌써 프로에서 뛰고 있다. 시간이 참 빠르다"고 웃었다.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선방으로 4강 신화의 일등공신이 됐던 이운재(49) 전북 현대 코치도 그날을 떠올리면 감정이 복받친다.

이 코치는 "20년이 지났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면서도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없이 귀중한 시간이었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자 축구 선수로서 새로운 전환점이 됐던 월드컵이었다"고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과 함께 대한민국 최후방을 든든히 책임졌던 최진철(51) 전 감독에게도 한일 월드컵은 굉장히 소중한 시간으로 다가온다.

최 감독은 "세월이 참 빠르다"며 "20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가슴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특히 폴란드와의 첫 경기는 잊지 못한다. 당시 긴장감과 첫 골(황선홍)이 들어갔을 때의 환호, 승리했을 때의 감정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후반 막판 극적인 동점골의 주인공이었던 설기현(43) 경남 감독도 한일 월드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설 감독은 "대표팀에서 월드컵 4강이라는 전무후무한 일을 경험했다"며 "월드컵을 계기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덕분에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고 지도자인 지금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안정환의 골든골을 어시스트 했던 이영표(45) 강원FC 대표이사도 월드컵 4강 신화에 큰 의미를 전했다.

이영표 대표는 "축구가 갖고 있는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때 여실히 느꼈다"면서 "2002년 월드컵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앞에 모두가 하나 돼 서로 포옹하게 만들었다. 최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분열된 한국 사회에 한일 월드컵은 어떤 메시지를 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 월드컵이 있었기에 유럽에 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축구인생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기대하지 못했던 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면서 "유럽 축구를 통해 얻은 경험이 내게 자신감을 가져다 줬다. 그것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세계적인 축구 스타 루이스 피구를 꽁꽁 묶었던 송종국(43)에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값진 시간이다. 송종국은 현재 축구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2002년 멤버들과 예능 프로그램도 출연 중이다.

송종국은 "6월이 올 때마다 특별한 느낌을 받았는데 어느새 20주년이 됐다"며 "예전 동료들을 보면 시간이 정말 많이 지났다는 것을 느낀다. 그때 멤버들이 지금 감독이나 대표이사 등 축구계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을 보니 나이 먹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고 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문장이었던 김병지(52)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2002년 월드컵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는 "벌써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그때 멤버들이 축구를 참 잘했다. 덕분에 한국 축구가 4강이라는 기적을 쓸 수 있었고 축구 붐이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병지 부회장은 "한일월드컵은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겨준 대회"라며 "결과적으로 대회가 끝난 뒤 박지성, 이영표와 같은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 나가서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는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이 힘을 합쳐 팬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돌려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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