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착공 만이 아니다...정비사업 수주도 반토막 났다
2023.09.19 16:31
수정 : 2023.09.19 16: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형 건설사들의 올해 정비사업 수주실적이 반토막났다. 치솟은 원가에 따른 사업성 악화 등으로 수주해도 수익내기 어려운 구조로 빠져들고 있어서다.
19일 파이낸셜뉴스가 국내 10대 건설사의 올 1월부터 9월 18일까지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수주현황을 집계한 결과 총 35건(수주금액 11조51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2건(42조1954억원)의 정비사업을 따낸 것에 비하면 68.8% 급감한 수치다. 금액 기준으로도 72.7% 줄었다. 월평균 수주실적으로 보면 지난해 매달 9.3건에서 올해 들어서는 절반도 안 되는 3.8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업체별로는 포스코이앤씨가 지난해 14건에 이어 올해 11건을 수주해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실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같은기간 현대건설은 14건에서 4건으로 71.4% 감소했고, 대우건설은 15건에서 2건으로 86.6%로 급감했다. 이외 DL이앤씨 13건에서 4건, 롯데건설 14건에서 2건, GS건설도 18건에서 4건으로 수주실적이 주저앉았다.
중견·중소 건설사는 사정은 더 심각하다. 호반·우미·반도건설 등 주요 중견업체의 경우 올해 들어 정비사업 수주실적이 전무하다. 중흥토건만 올해 4건을 수주했을 뿐이다.
A 대형건설사 임원은 "입주했거나 입주를 앞둔 사업장의 경우 공사비 상승으로 손실이 커져 경영위기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공사비가 높은 우량 사업장 위주로 선별적으로 수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C 대형사 임원은 "올해들어 사내 수주심의에서 통과하는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유동성을 확보한 대형건설사들은 선별수주 등으로 그나마 버틸 순 있지만, 중견·중소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수주 급감 등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폭등으로 다수 사업장에서 실제 투입 공사비가 예정 공사비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며 "정비사업 등 신규일감은 마진 확보를 장담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곧 발표될 주택공급대책에 공사비 증가분을 현실성 있게 반영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다 적자다. 물린 공사비를 현실화 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최근 '위기 잔존, 부동산 금융 발 시장 충격 대비필요'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신용도가 낮은 다수의 중소 건설사의 경우 하반기부터 경영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사 위기 현실화로 인한 시장 충격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연지안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