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등기이사도 계약서 쓰고 지시받는다면…법원 "근로자 해당"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3 10:49

수정 2024.12.23 10:49

"근로계약은 등기이사 임기와 무관"...법원, 부당해고 인정
‘정규직 계약서’ 작성 후 회사 지시 받아...계약 종료 이유 없어
서울행정법원/출처=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회사 등기이사도 정규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업무 지시를 받았다면, 이사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근로계약이 종료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B업체에서 2014년 입사해 재무·회계 업무를 담당했고, 2016년 이사로 선임돼 2022년 9월 30일까지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B업체는 2022년 8월부터 A씨와 사직 관련 논의를 진행하며 ‘9월 28일까지 자발적 퇴사 시 급여와 퇴직금, 보너스, 위로금 등을 지급한다’는 권고사직 제안을 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했다. 회사는 같은 해 9월 29일 A씨가 직원 채용 지시를 따르지 않고 대표이사에게 폭언을 하는 등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A씨는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고, 지노위는 사측에 A씨의 원직 복직과 해고 기간 임금 상당액 지급을 명령하며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받아들였다. B업체는 이에 불복해 2023년 3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중노위 역시 A씨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다만 중노위는 등기이사 임기 만료일인 2022년 9월 30일을 근로계약 종료일로 판단하며, 해고일 9월 29일을 기준으로 1~2일치 임금만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근로계약이 임기 만료일에 종료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A씨와 B업체 간 근로계약이 등기이사 임기 만료일인 2022년 9월 30일에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종래 체결된 기간의 정함이 없이 근로계약에 따라 매일 출근해 대표이사 등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었다며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했다.

A씨가 정규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월급을 받은 점, 이사로서 별도의 위임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는 점, 해고 사유로 명시된 업무 명령 위반과 폭언 등이 회사의 지휘감독권을 전제로 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A씨와 B업체 간 근로계약 관계는 사내이사로 등기가 이뤄진 것과 관계없이 유지됐으므로 원고의 등기이사 임기 만료로 (A씨의 근로계약이)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며 설명했다.

중노위와 B업체 측은 A씨가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으니 근로계약 종료의 부당함을 다투려면 구제신청 취지를 변경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근로자가 부당해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누릴 법적 지위와 이익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라며 A씨가 소송을 제기할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