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빔가속기 나노 과학 이끈다
2007.06.18 06:54
수정 : 2014.11.05 12:35기사원문
#2 호주 멜버른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000년 에이즈 치료용 코발트와 텅스텐 등 중금속이 세포 속으로 어떻게 침투해 들어가는지를 영상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온빔을 세포에 쏘면 약물에서 X선이 나오는데 그 X선을 영상화한 것이다. 이로인해 약물이 생체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작용하는지를 영화보듯 볼 수 있게 됐다.
세계는 지금 ‘신기한 마법의 장비’인 이온빔가속기 도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온빔가속기는 물질을 부수지 않고도 그 곳을 손금 보듯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다. 아주 작은 미세구조도 가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소형 가속기 3대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5㎹(1㎹=100만V) 이상의 중대형 가속기만 42대 정도를 갖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11년까지 6㎹ 수준의 중형 가속기를 도입키로 결정하고 현재 개념 설계에 들어갔다. 이는 나노기술(NT), 생명공학기술(BT), 정보기술(IT) 등 미래성장의 핵심기술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온빔가속기란
이온빔가속기는 분석하고자 하는 물질에 수십∼수백만 전자볼트(MeV)의 고에너지를 가진 이온을 충돌시키고 이때 발생되는 엑스(X)선, 감마(γ)선, 산란입자 등 에너지의 다양한 측정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 또한 특정 물질를 1나노(10억분의 1m)수준까지 가공할 수도 있다.
이온빔가속기 장비는 이온원과, 가속관, 빔수송시스템, 표적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온원은 수소에서 우라늄원소까지 각종 가스나 고체 이온(전하를 띠는 입자)을 추출해 내는 곳이다. 이온원에서 생성된 이온빔은 가속관을 거치면서 수십∼수백만 MeV의 고에너지 이온빔으로 변환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고에너지의 이온빔은 빔수송시스템을 통과해 표적함에 도달한다.
표적함에선 성분 분석이나 질량 분석, 또는 초미세 가공 등이 이뤄진다. 각종 분석은 표적 물질에 이온을 충돌시키고 반발하는 전자, 이온, 엑스선 및 감마선 등을 여러 에너지 분석기 센서로 수집해 이 정보를 종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발사한 이온의 총량과 물질에 부딪쳐 나온 이온의 에너지와 양의 변화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는 표적 물질과 구성 성분마다 이온을 충돌시켰을 때 내뿜는 에너지의 양과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한 이온의 종류나 이온빔의 에너지량를 조절하면 표적 물질 내에 원하는 미세 부분만 결함을 발생시키고 화학적 식각 공정을 거침으로써 초미세 구조 가공도 할 수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이온빔 응용센터 연구팀은 실리콘 물질에 수소 이온빔을 쏘아 영국의 스톤헨지를 ㎛(1㎛는 100만분의 1m) 수준까지 축소한 모형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최원국 박사는 “5㎹의 중형 가속기는 2㎹의 소형 가속기보다 이온을 표적에 충돌시켰을 때 튀어나오는 검출감도가 1000배 이상 늘어난다”면서 중대형 가속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1세기 나노 과학의 첨병
21세기 과학과 기술 분야의 측정단위는 ‘나노’ 수준까지 내려갔다. 때문에 중대형 이온빔가속기는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기술분야에서도 필수 장비가 됐다.
중대형 이온빔가속기는 어떤 물질 속에 포함된 특정 성분을 10조분의 1 수준의 극미량까지도 표적 물질 손상이 없는 비파괴 방식으로 찾아낼 수 있다.
현재 국내의 1㎹와 3㎹ 가속기는 탄소 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지질학, 해양학 등의 연대 측정 분야의 한정된 활용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6㎹의 중대형 가속기는 알루미늄, 클로라이드, 칼슘 등의 무거운 동위원소 분석까지 가능해 생체 재료들의 분석 등 새로운 학문 분야로의 이용 확대가 가능하다.
또한 나노 수준의 새로운 형태의 물질 제작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온빔을 반도체 회로 기판에 쏘면 회로 제작용 틀을 사용하지 않고도 10㎚ 수준까지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직접 만들 수 있으며 반도체 공정에 포함된 장비들의 정밀도를 측정하는데도 활용이 가능하다. 나아가 차세대 테라비트급 반도체 제작도 가능케 한다.
최 박사는 “중대형 이온빔가속기는 기초 기술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신약개발 등의 융합 분야에서도 극복해야만 하는 극한 기술 창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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