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종전선언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개전 33일차인 1일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모든 군사적 목표를 매우 빨리 달성할 단계에 있다"며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을 향해 "향후 2~3주 동안 극도의 강력한 타격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예상을 빗나간 발언에 시장은 격렬히 반응했다. 한국 증시를 비롯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식은 줄줄이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제유가는 연설 직후 단숨에 배럴당 104달러로 다시 치솟았고, 원·달러 환율 시장도 요동쳤다. 끝이 안 보이는 전쟁에서 세계 불확실성은 더 커지게 됐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비상한 각오로 위기대응력을 두배, 세배 키워야 할 것이다. 미국 황금시간대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18분짜리 연설은 미국민의 우려를 잠재우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속하고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를 전장에서 거뒀다"며 "핵심적 전략 목표들이 완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기쁘게 알린다"는 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종전 일정을 밝히지 않는 대신 신속한 공격을 재차 주장하면서 기름값 상승이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의 해결 책임도 중동산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돌렸다. "우리는 도움을 주겠지만 그들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외신을 통해서도 언급했던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석유를 사거나 이제라도 용기를 내 해협을 직접 관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통행료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중개회사가 선박의 자료를 제출받아 국가별 등급을 감안해 최종 통행료를 책정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협상 시작가는 배럴당 1달러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척당 200만달러(약 30억원)가 될 수 있다. 현실화되면 중동산 원유가 70%인 우리가 받을 충격파는 가늠하기조차 어
이재명 대통령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현 위기를 "잠깐 내리고 그치는 소나기가 아니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거대한 폭풍우와 같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이 2일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파괴된 중동 에너지 인프라 복구와 원활한 수급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번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진단처럼 중동 사태로 촉발된 고유가 리스크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연구기관들은 에너지 시설 피해와 공급 차질로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전쟁 장기화 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7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전쟁이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에너지 불안으로 고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외 리스크가 길어질수록 물가와 환율, 성장률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26조원 규모의 추경안은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 속에서 민생과 산업을 동시에 지키기 위한 긴급 처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석유 최고가격제 운영, 수출기업·소상공인 지원 등을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로 마련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다만 현금성 지원이 물가 안정과 소비 회복으로 이어질지 검증이 필요하다. 에너지 의존 구조를 바꾸고 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재정적 대응으로 기업들을 덮치고 있는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우려는 석유화학 업계의 생산 차질과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으며,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제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환율 상승과 물류·보험 비용 증가, 항공·해운 차질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유가 충격은 가계로도 전이되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가 2.2% 상승한 가운데 석유류 가격은 3년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주유소마다 차량 행렬이 이어지는 장면은 불안한 민생 현실을 보여준다. 중동 리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