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풍이 불면 통신위성 오작동
2007.11.08 16:52
수정 : 2014.11.04 20:07기사원문
지구 주변을 돌며 각종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인공위성들은 대부분 삐죽 튀어나온 태양전지판을 달고 있다. 위성은 1∼2m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몸체를 갖고 있기 때문에 큰 전지를 집어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성들은 태양전지판으로 활동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위성의 에너지원인 태양은 때로 위성을 위협하는 ‘적’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핵융합반응 과정에서 일어나는 강한 폭발이 태양풍을 만들고 이 태양풍이 위성을 오작동시키거나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다른 위성에 비해 높이 떠 있는 통신용 정지위성이 대표적인 피해자다. 이 위성이 통신을 하기 위해선 자세를 제대로 잡고 안테나를 항상 특정 방향으로 세워야 하는데 태양풍의 방사선이 강하게 몰아치면 마치 바람이 불 때처럼 안테나가 흔들려 통신 연결을 못할 뿐만 아니라 고장이 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991년 강한 태양풍이 발생해 미국의 통신위성이 망가지며 이 위성을 이용하는 장거리 전화나 호출기가 불통되고 통신망 장애로 카드 결제가 안 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요즘같이 이동통신이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대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삶이 얼마나 불편해질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성을 제어하는 지상의 연구소에서는 태양풍이 언제 어떻게 발생하는지 잘 관찰한다. 갑작스럽게 대규모의 태양풍이 발생할 때면 위성 안에 있는 컴퓨터 이용을 잠시 중지하기도 한다. 실제로 2003년 10월 초강력 태양풍이 발생했을 때 약 3만6000㎞ 상공에 떠 있던 통신위성 무궁화 1호에 안전조치가 내려졌다.
태양에 용감하게 맞서는 위성들도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최초의 태양관측 위성 ‘OSO’는 1962년부터 1975년까지 태양 표면에서 일어나는 큰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태양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했다.
태양탐사위성들이 관측한 태양의 활동 정보는 통신위성을 방어하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위성이 위성을 돕는 셈이다. 태양의 ‘변덕’은 지구상에서 막을 수 없지만 이를 이해하고 극복하려는 위성 전문가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